‘납치미수범의 어설픈 미행…’

지난달 30일 오전 9시께 수원 광교신도시 한 아파트단지 앞 도로.

고급외제차들이 즐비한 아파트 주차장 앞에서 의문의 남성(?)이 마스크와 모자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우디 승용차를 몰고 나오는 주부 A씨를 발견하자 자신의 승용차에 시동을 걸고 조용히 뒤를 따라붙었다.

잠시 후 미행 중이던 차량이 신호대기에 걸려 정차하자 이 남성은 차량에서 내린 뒤 아우디 승용차로 다가가 난데없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이에 놀란 A씨는 때마침 바뀐 신호에 급하게 주행 폐달을 밟고 현장을 탈출해 남편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고, 남편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해당 남성은 A씨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의 거래처 직원인 신모(42)씨로 드러났다. 그는 열흘 전부터 A씨를 납치하려고 미행하고 있었던 것. 그는 매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A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는 물론 A씨가 운영하는 가게까지 스토커처럼 미행하면서 평소 A씨의 이동동선을 파악하는 등 구체적인 납치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파악한 뒤 A씨의 남편을 통해 신씨를 불러내 그 자리에서 체포했다. 신씨는 검거되기 직전에도 A씨 부인을 미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트렁크에선 마스크와 당구 큐대, 청 테이프 등 범행도구가 잔뜩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신씨는 6천만원의 도박빚에 쪼들리던 중 평소 사업상 친분이 있던 A씨가 광교신도시 내 고급아파트에 산다는 얘기를 듣고 이같은 범행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남부경찰서는 1일 강도예비 혐의로 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는 검거되기 전에 A씨 부인을 상대로 몇 차례 납치를 시도했으나 부인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어설프게 계속 실패했다”고 말했다. 조철오기자/jco@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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