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오간 최고위 '파행'...사퇴론 vs 사퇴불가론 대립 팽팽
내홍속에 2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 촉구와 기다려 보자는 의견이 정면 충돌하면서 파행됐다.
이날 회의에서 김태호 최고위원은 “오늘이 마지막 고언이 되길 바란다”며 ‘유승민 사퇴론’을 주장했다.
회의는 김 최고위원이 자신의 발언 순서가 끝나고 나서도 거듭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자 김무성 대표가 중간에 “회의 끝내”라는 말과 함께 퇴장하고 유 원내대표와 나머지 위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파행됐다.
원 유철 정책위의장은 집단 퇴장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긴급 최고위를 한지 불과 사흘밖에 안 됐는데 일주일을 못 기다리느냐”면서 “지금 유 원내대표에게 그만두라고 계속 얘기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해도 너무 한다”고 비난했다.
친박(친 박근혜)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 절차를 밟기 위해 본회의에 상정되는 6일을 유 원내대표 사퇴 ‘데드 라인’으로 보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개정안 폐기가 확실시되는 만큼 이때까지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끌어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박(비 박근혜)계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오고 있는 ‘유 원내대표 사퇴 불가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비박계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회법 재의와 원내대표 사퇴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의원이 다수”라며 유 원내대표 사퇴 불가론을 강조했다.
한편 유 원내대표는 사퇴와 관련된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 “상황 변화가 없다”고만 한 뒤 침묵모드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한 논란으로 최고위가 파행한 데 대해서도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오는 20일까지 처리하겠다”며 정책 현안에 집중했다. 친박계가 정한 데드라인(6일)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유 원내대표가 시간을 두고 ‘출구전략’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한 비박계 의원은 “나갈 생각이 없는데 출구전략이 있겠느냐”고일축했다.
다만 사태가 길어지면 당· 청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당의 분열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유 원내대표가 ‘대승적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나성린 의원은 라디오에서 “(유 원내대표가) 당을 위해서 스스로 어떤 시기가 되면 (거취 문제를) 결정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결국에는 ‘명예로운 퇴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재경기자/nice@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