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점차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며칠 새 확진환자나 사망자가 나오지 않고 완치된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의료진의 정성스런 치료와 간호, 그리고 위생관리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여전히 메르스 후폭풍은 거세며 그 여진 또한 상당 기간 진행될 것 같다. 많은 학교와 기관에서 수학여행이나 각종 행사들을 취소한 후 위약금을 내느라 허리가 휘고, 해외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관광업체도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우리 국민들 사이의 내부 분열이다.

메르스 1번 환자가 격리병동에 입원한 지 40일 만에 완치되었다고 보도되자 인터넷에는 빠른 회복을 바라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네티즌들이 있는 반면 메르스를 퍼뜨린 장본인이라는 원망과 비난의 글들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병상에서 사투를 벌여왔던 1번 환자는 자신이 메르스를 전파한 지도, 1번 환자인 지도 모르는 상태다. 유전자 검사에서 메르스 음성판정을 받았을 뿐 여전히 폐렴이나 욕창 등이 심각해 치료가 남아있다. 그런데 이 환자가 완치되었다고 하자 인터넷에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슈퍼전파자로 불렸던 14번 환자도 자신이 14번 환자인 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자신이 14번 환자인 줄 알고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1번 환자의 경우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받을 충격이 더 심각할 것이다. 스스로 느낄 죄책감은 말한 것도 없고, 쏟아지는 비난과 따가운 시선 또한 견뎌야 한다. 1번 환자의 확진이 늦어져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메르스를 의심하여 검사를 요청한 병원 측의 말을 질병당국이 듣지 않아 검사와 격리가 늦어져 메르스가 확산된 것이다. 14번 환자의 경우도 병원 측의 환자관리 실패로 인한 피해자일 뿐이다.

그들을 메르스를 유입시키고 많이 전파시킨 사람으로 매도하고 낙인을 찍는 행동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1번 환자의 주치의가 기자회견장에서 ‘그 사람도 치료받아야 할 환자일 뿐’이라고 안타까워한 점은 생각할 바가 많다. 병에 걸리고 싶거나 병을 전파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모든 국민이 불안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마지막까지 의료진을 격려하고, 환자들의 쾌유를 빌고, 자신의 위생관리에 철저하면서 메르스 후폭풍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 환자에 대한 개인적 비난은 자제하고 따뜻한 위로를 통해 서로를 감싸 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할 때이다. 더불어 우리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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