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지사, 경기도만의 아젠다 만들어 큰 규제 푸는데 앞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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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살립시다.금을 모읍시다’ 지난 1997년 11월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통화 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우리나라에 IMF 경제위기가 닥쳤다.

임창열(71) 전 경기도지사는 1970년 제7회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재무부 증권국 국장,조달청 청장,과학기술처와 해양수산부 차관,통상산업부 장관을 거쳐 IMF를 전후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냈다.

임 전 도지사는 금모으기 등 다양한 정책을 주도하면서 IMF를 극복하는데 힘을 쏟았으며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해 1998년 6·4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제2대 경기도지사로 취임해 4년임기를 마무리했다.

임 전 도지사는 재임 시절 고양시에 킨텍스를 유치하고 한류월드 사업 착수하는 등 마이스(MICE)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파주 군사시설 보호구역 300여만㎡에 달하는 규제를 해제해 LG필립스와 같은 대규모 외자유치를 이끌어 냈다.

임기를 마친 이후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경제적 지도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으며 지난해 9월 임기3년의 킨텍스 6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임 전 도지사에게 도지사 재임시 추진했던 정책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과 에피소드, 현 도정 방향에 대한 견해 등을 들어본다.

―도지사 시절 기억에 남는 정책 추진을 이야기 해달라.

2000년도에 판교를 연구첨단기술 중심의 기업 단지로 개발할 것을 대통령께 건의했다.

당시 경기도의 5대 신도시가 모두 베드타운으로 개발된 상황에서 경기도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새로운 신도시, R&D 기업단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벤처협회와의 시장조사를 통해 판교에 최소 100만평 이상의 벤처타운을 조성하자는 내용의 계획을 완성했다.

하지만 문제는 당시의 건설교통부로 건교부에서 100만평을 분양할 자신이 없어 아파트 건설을 주장하고 10만평으로 규모를 축소했다.그래서 경기도가 분양을 책임지겠다는 보장아래 100만평 규모 조성을 고집하였지만 결국 최종 20만평으로 축소돼 현재의 판교 테크노밸리가 개발됐다.

현재 판교는 1만명 이상의 젊은 인재들이 모인 대한민국 연구개발산업의 중심이 됐다.십수년이 지난 지금 현 정부는 판교 테크노밸리야 말로 가장 성공적인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지방 이주로 마련된 한국도로공사의 13만평 부지 등을 추가해 제 2의 판교 테크로밸리인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좀 늦은감이 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당초 내가 계획한데로 100만평 부지를 판교 테크노밸리로 조성했다면 이공계대학과 함께 대규모 연구소들도 유치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벤처산업밸리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며 지금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 사례는 경기도가 중앙정부보다 더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제시해 추진한 것으로 경기도의 모든 공직자가 자긍심을 가질 만 하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경기도가 중앙의 법령이나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수준이 아닌 중앙정부보다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국민경제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모범사례를 보여준 일이라 자부한다.

또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큰 부분이 현재 내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킨텍스가 위치한 경기북부 지역의 발전을 이끈 것이다.

2006년 준공돼 경기도의 대표 산업단지로 자리매김한 LG필립스 LCD(현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또한 당시 대통령의 경기도 초도순시 때 파주 외국인전용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 특별보고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파주시 월롱면 100만평을 외국인전용 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군사보호 제한구역을 푸는 것이 선결돼야 했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 비서실에서는 대통령께 말씀드리기 전에 국방부 등과 사전 협의가 된 이후 추진할 것을 요청하면서 내가 대통령께 보고하는 것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내 의견은 비서실과 달랐다.사실상 국방부가 그간 전향적인 정책판단을 보여준 일이 없기 때문에 경기북부 100만평의 제한구역을 푼다는 것은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해결될 것이지 부처 간의 협의로 해결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께 보고를 드릴 테니 비서실에서 이견이 있다면 대통령께 반대의견을 따로 보고 드려라. 민선 도지사의 대통령 보고를 비서실에서 막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보고를 했고 대통령께서 들어보고는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면서 경기도 초도순시 장소에서 즉각 승낙을 해주었다.만약 비서실의 의견대로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일반 행정절차로 진행됐다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경제를 정말 소중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대통령께서 민선지사의 요청을 어느 타 부처 건의사항보다 우선적으로 받아 준 결단이 있었기때문에 오늘의 파주 LG필립스 단지가 동종 업종 최대의 산업단지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규제완화는 우리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아가는 데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박근혜 대통령께서도 규제완화를 위해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직접 주관하고 애를 쓰고 있지만 규제완화 없이는 경제활성화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파주 산업단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도가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 중앙정부의 덩어리 규제를 푸는 것에 굉장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경기도가 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고 규제를 푸는 것에 경기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례들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경기도가 중앙정부의 생각보다 더 멀리 내다보고 앞서 나아간다면 국민정서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후 아쉬운 사업들도 있지 않은가.

고양시의 한류월드도 대통령께 수도권 관광숙박단지 개발을 특별 건의해 수도권 정비계획법상의 행위제한이나 농지전용 등의 규제를 풀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류월드는 너무나 아쉬운 점이 있다. 당시 그렇게 힘들게 규제를 풀어 절대농지를 수용해 관광숙박단지를 조성해놓았는데 십수년이 지난 현재 특급호텔이 한 개 밖에 안들어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에 와서 이 단지를 아파트 단지로 분양하고 있는데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애초 계획대로 숙박단지로 개발됐다면 국내방문 중국인 관광객을 모두 수용하고 경기도가 정말로 대한민국 관광의 중심이 되는 귀중한 관광숙박단지가 되었을 것인데 대기업들의 아파트 사업부지로 바뀌었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출발은 성공적인 아이디어였으나 집행과정에서 숙박단지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쉽고 앞으로 경기도의 행정 발전을 위해서는 반성해야 할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강수계법도 경기도가 주도해 대통령께 건의하고 법안 초안을 잡아 환경부를 설득해 만든 것으로 지방정부가 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다.또 매년 5천억원 정도의 한강수계기금을 조성해 환경부와 지자체들이 다 같이 동참하고 한강 수질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굉장히 보람된 일이었다.

당시 이러한 최초의 법안 추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민선 지자체장 3명이 뜻을 함께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를 비롯해 서울의 고건 시장, 인천의 최기선 시장이 지방선거 후보 일 때 당선이 된다면 한강수질개선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선언을 팔당 한강변에서 함께 했다.그래서 당선 된 이후 경기도의 선도로 서울시와 인천시가 시민들의 협조를 통해 부담금을 함께 조성하면서 현재의 기금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물러서 있던 환경부가 막상 기금이 만들어진 후 기금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기금의 운영주체를 환경부와 지자체가 대등한 입장에서 협의하고 결정해야지 환경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물론 기금 운영에 환경부의 참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환경부와 경기도, 서울시,인천시가 대등한 입장에서 협의하고 주도해 나가는 시스템 필요가 남은 숙제라고 생각한다.

―남경필 도지사에게 선배 지사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나.

남경필 도지사가 여소야대 도의회의 상황에서 연정을 발표하고 의회와 협력적 관계에서 정책들을 추진하는 것을 대단히 높이 평가한다.

또 과거에는 교육청과도 많은 마찰이 있었는데 교육연정을 통해 합심하는 모습을 보며 도민들은 도지사에게 신뢰감을 갖고 희망을 주는 좋은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남경필 지사가 앞으로 더욱 도민들의 기대치에 부합하려면 중앙정부의 협력과 규제를 풀어내는 것에도 더욱 많은 활동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특히 이 규제완화는 경기도 혼자의 노력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진흥회의 같은 자리에 경기도가 아젠더를 만들어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경제발전을 위한 큰 덩어리 규제를 푸는 것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내가 도지사 재임시절 이뤄냈던 판교 테크노밸리 조성, 파주 외국인전용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례들도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남 지사가 이런 활동을 주도하며 큰 규제를 풀어내고 중앙정부의 동반자로서 앞으로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
허일현기자/hur20027@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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