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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도 없고 생선가시가 걸린 것도 아닌데 목에 이물질이 걸린 느낌이 들거나 목소리의 변화, 지속적인 헛기침 등의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혹시 목안에 나쁜 병이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되어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위의 증상들은 인두 신경증(globus pharyngeus), 역류성 후두염(reflux laryngitis), 접촉성 육아종(contact granuloma), Reinke씨 부종(Reinke’s edema), 성대결절과 낭종(vocal nodule or cyst), 후두백반증(laryngeal leukoplakia), 또는 후두 악성 종양 등이 있을 때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가장 흔한 원인은 위산의 역류와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가슴쓰림, 신트름 등과 같은 전형적인 위식도 역류질환과는 달리 인두나 후두로 소량의 위산이 역류되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를 인후두 역류(laryngopharyngeal reflux, LPR)라고 하고 이로 인한 질환을 위식도 역류질환과 구별하여 인후두 역류질환 (LPRD)이라고 부릅니다.

인후두 역류질환의 유병률은 이비인후과 외래 환자의 10~20%로 보고되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들어 더욱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인후두 역류질환의 기전은 상부식도 괄약근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하부식도 괄약근의 문제로 발생하는 위식도 역류질환과 구분됩니다.

인후두 역류질환은 인후두 역류에 의한 증상과 후두내시경을 통한 인후두 역류소견, 경험적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 이중 탐침 24시간 산도측정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게 됩니다.

후두는 식도에 비해 역류에 의해 손상 받을 가능성이 높아 인후두 역류증은 위식도 역류증보다 좀 더 적극적이며,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식생활 및 생활습관의 변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과식 하지 않고, 비만한 경우 체중 조절을 하며, 식사 후에 바로 눕지 말고, 흡연과 음주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역류가 쉽게 일어날 수 있으므로 속옷이나 허리띠를 단단하게 착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권장됩니다.

음식물도 역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단백질은 하부식도 괄약근 압력을 증가시키는 반면, 지방질은 하부식도 괄약근 압력을 감소시키고 위 배출을 지연시키므로 고단백 저지방식이 추천됩니다. 또한 초콜렛, 커피, 콜라, 그리고 박하 등의 음식도 하부식도 괄약근의 긴장도를 저하시켜 역류를 조장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치료의 기본은 위산의 분비를 억제시키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인후두 역류질환 환자의 60%∼90%에서 증상이 호전됩니다. 하지만 인후두 역류질환은 비교적 장기간의 약물 치료가 필요하나 짧은 기간의 약물 치료에 의해 증상이 호전되거나, 치료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약물치료를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인후두 역류질환으로 진단된 경우, 적어도 2-3달 정도의 약물치료와 꾸준한 식생활 및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하여 치료가 가능합니다.

박일석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진료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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