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부 4명이 350일간 하루 평균 5m씩 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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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연방교도소를 두 번째 탈옥한 마약조직 '시날로아'의 두목 호아킨 구스만이 도주로로 이용한 땅굴은 어떻게 뚫었을까.

 11일(현지시간) 그가 갇혀 있던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교도소에서발견된 굴 내부의 높이는 1.7m, 폭은 80㎝, 길이는 1.5㎞에 달한다.

 구스만의 독방 샤워실 바닥에는 체구가 작은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가로, 세로 각 50㎝ 크기의 입구가 발견됐다.

 입구는 키가 작다는 뜻의 '엘 차포'라는 별명을 가진 구스만이 들어가기에 적당한 크기다.

 

 입구에서 지하 10m 깊이에 있는 굴까지는 사다리로 연결돼 있었고, 굴 속에는 파이프로 만들어진 통풍구와 조명, 레일과 함께 토사를 담은 수레를 끄는 소형 오토바이도 있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 독방에서 벽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구스만이 직접 그런 식으로 굴을 팠을 리는 만무하다는 것이 현지 언론 등의 추정이다.

 멕시코 신문 밀레니오는 13일(현지시간) '작업'에 최소한 4명의 인부가 동원됐고, 6.5t 크기의 트럭이 토사를 하루에 한 차씩 352일간 실어날라야 그러한 규모의 굴을 뚫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실었다.

 분석대로라면 탈옥 땅굴을 파는 작업은 거의 1년간 진행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부들은 하루에 8∼10시간 작업을 하면서 평균 4.9m씩 굴을 파나갔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했다.

 구스만이 이 교도소에 갇혀 있었던 시간은 17개월.

 수감되고 나서 5개월 동안 탈옥 계획을 세운 뒤 외부에 있는 조직원들에게 인부를 고용하도록 지시, 작업을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굴은 구스만의 독방 샤워실이 입구이고, 교도소 외곽 인적이 드문 목장 내부에 있는 벽돌 건물 내부가 출구였다.

 외관상 건축 공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 이 건물 내부에는 침대와 부엌도 갖춰져 있어 탈옥 땅굴을 파는 인부들이 잠을 자거나 음식을 해먹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굴을 뚫는 작업은 이 건물 안에서 시작돼 그의 독방 샤워실까지 역으로 진행됐을것으로 여겨진다.

 페인트조차 입히지 않은 무허가 벽돌 건물이 단속도 받지 않고 멕시코시티 외곽에 산재해 있는 특성을 고려하면 인적이 드문 목장에서 트럭이 공사중인 건물을 오가며 매일 토사를 실어 나른다 해도 주위의 의심을 받을 리는 없다.

 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마약범죄 조직의 두목을 탈옥시키는 음모는 일반 공사 현장의 작업처럼 이뤄졌고, 구스만은 독방에 태연히 앉아 면회를 오는 하수인 등을 통해 진행 경과를 보고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마약조직이 땅굴을 파는 능력은 멕시코 조직범죄 수사 당국에도 이미 '정평'이 나있다.

 2013년 11월 멕시코 북서부 미국과의 북서부 국경도시인 티후아나에서는 길이가1㎞ 안팎에 달하는 마약 운반용 땅굴이 적발됐다.

 땅굴 내부에는 다량의 마약류가 있었고 환기 장치, 마약 운반 수레, 전기 철로가 설치돼 있었다.

 굴은 땅속 10m 깊이에 있었고 높이는 1.5m 안팎으로 구스만이 탈출에 이용한 땅굴과 모양이 흡사하다.

 지난 10여년간 멕시코-미국 국경 지역에서 발견된 이러한 마약 운반용 땅굴만 70여 개 안팎에 달한다.

 거대 마약조직이 구스만이 탈옥에 이용한 땅굴을 파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구스만이 탈옥한 뒤 멕시코 연방검찰은 사건을 직접 지휘해, 교도관 30여 명을 불러 공모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주요 도로의 검문소 등에 엑스레이 장비까지 설치해 쫓고 있다.

 구스만은 2001년 2월 멕시코 중부 과달라하라 시 인근 푸엔테 그란데라는 교도소에서 첫 번째 탈옥을 한 뒤 13년간 도주 행각을 벌이다가 미국과 멕시코 당국이 수개월간 추적한 끝에 작년 2월 근거지인 북서부 시날로아 주 해변의 한 별장에서 멕시코 해병대에 검거됐다.

 두 번째 필사의 탈옥을 한 그가 이번에는 절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수사 당국 일각에서 제기된다.

 고향인 시날로아 등지의 외진 곳으로 잠적한 뒤 생계를 도와준 자신을 로빈후드와 같은 '의적'으로 생각하는 고향 주민들의 비호를 받으면 더욱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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