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비학회 활동 학자 100여명 채 안돼...곤충학 미래 생각에 연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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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어렸을 적 잠자리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여전히 모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기자에게 곤충이란 그저 가까이 해서는 안 될, 가까이 하기 싫은 무섭고 해로운 존재였다.

그런 기자에게 신유항 박사(87·양평곤충박물 관장)가 말했다.

“꽃이 피지 않는 지구를 상상해 봤나요? 곤충이 없으면 꽃피지 못하고,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지질시대의 석탄기로 돌아가는 것이죠.”

인생의 온 시간을 곤충 연구에 몰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철학은 확실하다.

지구상에 사람이 사라져도, 곤충은 남아야 한다는 것.

곤충을 왜 사랑하는지,곤충이 왜 중요한지,곤충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열변을 토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다짐했다.

‘다시는 곤충를 함부로 여기지 말자’고.

#60년의 역사를 만들다

신 박사는 우리나라 곤충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알려져 있다. 그가 곤충을 연구한 지도 벌써 60여년이 다 되간다.

“석주명, 조복성, 김창하, 백운하 등 곤충을 연구한 선배들이 타계하시고 남아있는 사람으로서는 아마 가장 오래됐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곤충은 머리, 가슴, 배로 나뉜 것을 말하죠. 그리고 그 곤충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곤충학입니다. 전체 동물 중 5분의 4가 곤충이예요. 동물 가운데 개체수에 있어서는 가장 번영된 무리죠. 곤충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익충과, 사람에게 해를 주는 해충, 그리고 사람의 삶과 전혀 무관한 곤충도 있죠. 곤충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60년입니다. 이 시기에 발표한 ‘광릉의 접산’이라는 논문이 저의 첫 연구 결과물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중고등학교 선생을 하다 일본으로 유학을 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경희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하면서 계속적으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곤충의 생물학적방제(천적곤충, 천적미생물, 길항미생물 등의 생물적 수단을 사용해 병해충을 구제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가 일본에서 발표한 논문도 배추벌레사리납작맵시벌의 생물학적방제에 관한 것이다.

“혹등명나방은 벼의 해충이죠. 벼의 잎·줄기를 갉아 먹으며 고치를 만들기 때문에 벼 농사에 있어 치명적입니다. 이 것을 막기위해서는 독한 살충제를 쓰게되죠. 그럼 결국 사람이 섭취하게 되는 거고요.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혹등명나방의 천적을 이용해 병해충을 구제하는 것이 바로 생물학적방제죠. 배추벌레사리납작맵시벌은 벼의 해충인 혹등명나방의 천적이죠. 첫 번째 논문은 혹등명나방의 수를 억제시켜주는데 기여하는 배추벌레사리납작맵시벌의 일생에 대해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그는 정년퇴임 후 우연히 양평에 왔다가 자리를 잡게 됐다. 그리고 양평의 곤충에 대해 연구, 10여년의 결과물은 군에 기증해 지금의 ‘양평곤충박물관’을 설립하는데 일조했다.

“우연히 들렀던 양평의 자연환경에 반해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처음 5년은 재임 중 모아두었던 자료를 정리하고, 그것들을 토대로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은 곤충채집을 했죠. 집 뒤에 등산로가 잘 돼있습니다. 배운 재주가 곤충이다 보니 한 마리 두 마리 또 채집하기 시작했죠. 10년 넘으니 엄청난 양이 되더군요. 그러던 중 우연히 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축제에 곤충을 전시하는 코너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그때 관광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렇게 군과 인연이 닿아 그동안 수집하고 연구한 자료 중 일부를 무상으로 기증하게 됐습니다.”

원래 양평곤충박물관이 위치한 터는 군의 홍보관이 들어설 자리였다. 군민들과 관광객들의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필요했던 군은 홍보관 대신 박물관을 설립했다. 그렇게 1층 주차장 공간이 될 자리는 지금의 전시실로, 홍보를 위한 영상실 자리는 지금의 영상교육실로, 외부 손님이 왔을 때 다과를 접대할 접객실 자리는 기획전시실로 변경, 군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태어나게 됐다.

“3개월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11년 11월18일 개관했습니다. 군의 도움이 컸어요. 이곳에 오는 어린친구들이 곤충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흙과 물, 푸른 자연, 그리고 곤충이 있는 곳이죠.”

#곤충, 그 존재의 필요성

그는 여전히 곤충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곤충학의 미래에 대한 아쉬움과 염려 때문이다.

“가령 우리나라 나비학회에서 활동하는 곤충학자가 100여명도 채 안됩니다. 일본의 경우 4천여명이 넘죠. 분야에 따라서는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어요. 형태, 분류, 생태, 진화, 생리, 유전, 분자까지 곤충에 대한 범위는 한도 끝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에는 곤충학과가 없어요. 곤충을 가르치고 있는 미국 한 대학의 교수진들이 우리나라 전체 곤충학자들 보다 많죠. 짐작할 만하지 않나요. 우린 아직도 우리나라 곤충 분야 가운데 전문가가 없는 분야도 많습니다. 아직도 미기록종이 발표 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을 이야기 해주죠.”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한다.

“곤충은 우리 생활이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곳도 예전에는 곤충들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박물관에 오는 어린친구들이 누에, 메뚜기, 잠자리를 보면 신기해합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죠. 옛날에는 흔해 빠진 것이 누에였는데, 지금은 명주실 구하는 것도 힘들어요. 곤충이 우리 주변에서 자꾸 밀려나고 있습니다. 곤충이 밀려난다는 것은 서식환경의 축소, 압박 즉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것이죠. 곤충이 못사는 곳엔 사람도 살 수 없습니다.”

그는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것은 곤충이 아닌 사람이라 했다.

“지구상에 곤충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꽃피는 식물도 없어질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죠. 과수원에 꽃이 피었는데 꽃가루를 날러주는 곤충이 없으면 꽃이 필까요. 사람이 대신해 줄까요. 꽃피는 식물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 주변이 얼마나 살벌해 질까요. 그런 것 생각해보신적 있습니까.”

곤충보다 해로운 것은 사람이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환경파괴라는 것은 간단합니다. 사람의 출입이 없으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지구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것은 코뿔소나 하마가 아닙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자연의 법칙에 의해 코뿔소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사람의 밀렵에 의해 없어지는 것이죠.”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사진=이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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