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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 시리즈가 유독 내 나라에서 대박을 터트린 이유중 하나는 팀플레이다. 팀을 위해 목숨을 거는 비장미(悲壯美)가 1천700만 관객을 모았다. 실미도, 변호인, 명량 등등. 1천만 영화를 관통하는 흥행코드는 비장감이다. 난세의 영웅이 되고 싶었던 우울한 인생들의 대리만족 갈증은 그만큼 강렬하다.

경기도는 몇 년 전부터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중앙부처에 문호를 개방했다. 행정자치부는 기본이다. 국토교통부, 감사원, 국방부, 외교부, 금융위원회, 민간으로 영역를 넓혔다. 도청 조직표를 들여다보면 지방정부인지, 총리실인지 헷갈릴 정도다. 직제순으로 나열해보자. 감사관은 감사원, 소통기획관은 민간 출신이다. 정보화기획관은 행자부, 비상기획관은 국방부가 본가(本家)다. 경제실장은 행자부, 일자리정책관은 금융위, 국제협력관은 외교부 소속이다. 경제실은 그야말로 글로벌이다. 교통국장은 국토부, 철도국장은 철도청, 안전관리실장은 민간에서 영입했다. 얼마전까지 도시주택실장도 국토부 몫이었다. 소방도 본부장, 북부본부장, 소방학교장 ‘빅3’가 모두 다국적군이다. 부시장·부군수까지 영역을 넓히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여전히 경기도 귀신들이 수적으로 많지만, 부지사와 실국장 1~2명만 행자부 출신이던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굳게 닫아놨던 문을 연 효과는 쏠쏠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다. 우물 안 개구리들이 부지하세월할 난제를 척척 해결했다. 공략 포인트를 족집게처럼 집어냈다. 시집보낸 친정을 움직였다. 한 차원 높은 행정의 기술을 유산으로 남겼다. 간혹 조직에 소금같은 역할을 한 분도 있다. 인사교류의 밝은 측면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래된 얘기다. 지금은 어떤가. 집토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경제실은 콩가루란 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실장, 국장, 과장, 직원이 따로국밥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려는 팀원들이 한솥밥을 먹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경기도는 각 기관의 에이스를 모셔왔다고 했다. 에이스 조합이니 어벤져스다. 개개인의 능력은 대부분 아이언맨급이다. 경제실장과 국제협력관 등이 대표적인 아이언맨이다. 포스는 일당백(一當百)이다. 도랑치고 가제잡을 기세다. 헐크와 토르도 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캡틴아메리카는 안보인다. 개인플레이를 할때는 작두 타는 비장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팀플레이가 필요할때는 칼자루부터 잡는다. 원맨팀은 있어도 원팀은 없다. 물론 모두 다 개인플레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철도국장과 정보화기획관 등은 로마에 와서 로마인이 된 분들이다.

조직은 망가져도 아이언맨들은 건재하다. 인사권자의 갈증을 파고든다. 팀은 깨져도, 팀장의 몸값은 안떨어지는 거품이 낀다. 팀을 위해 목숨을 거는 캡틴아메리카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다. 조직은 서서히 말라간다.

동전은 양면이다. 안 보이는 뒷면은 썩어간다. 조직이 하와이로 보낸 토종들은 꿔다놓은 보루자리다. 한직(閑職)은 그들의 업보다. 조직은 그들의 망향가(望鄕歌)를 음소거한다. 학습효과는 전염성이 강하다. 직(職)을 걸고 조직에 맞선다. 상명하복은 고릿짝에 쳐박힌 고사성어다.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한다. 개인플레이는 또 다른 개인플레이를 낳는다. 아이언맨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용을 쓴다. 아이언맨을 피하려고 역(逆)로비를 벌인다. 팀원 잃은 팀장의 원맨쇼가 도정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엉뚱한 조직에 불똥이 튄다. 헐크는 암중에서 반격을 모색한다. 불만은 켜켜이 쌓여간다. 아이언맨들이 ‘남경필팀’을 와해시킨다. 원망은 남 지사에게로 향한다. 아이언맨만 있고 캡틴아메리가가 없는 짝퉁 어벤져스는 우울한 인생을 더 우울하게 만든다. ‘원맨팀이냐, 원팀이냐’ 남 지사는 이제 선택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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