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재고관리나 고객관리 등을 위해 이미 데이터 분석을 활발히 수행해왔다는 점에서 ‘빅데이터’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고, 한 때의 유행이라고 치부하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데이터 분석의 변경인 ‘인간의 심리, 행태 등에 대한 실증적이고 근원적인 이해와 예측’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일반적으로 인문학을 연구하는 방법은 연구자의 경험, 지식, 직관적인 통찰을 통해서 계량화가 어려운 행위자의 동기나 의도 혹은 사회 조직과 제도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해석적 방법과 주로 사회조사나 실험 등에 의해 경험적으로 관찰 가능한 자료를 수집하고 수치로 계량화하여 분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실증적인 방법으로 대별된다.

인문학의 경우 해석적 연구방법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데, 빅데이터의 발전으로 인문학 연구에 실증적 연구방법이 대대적으로 접목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일종의 혁명적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필자는 예측한다.

이러한 연유로 오늘날까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어온 영역, 통계와 분석 기반으로 추측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영역에서 빅데이터에 의한 보다 큰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이고,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인문학이나 문화와 예술과 연관된 영역이 새로운 기회의 땅일 가능성이 높다고 필자는 늘 주장해 왔다.

▶빅데이터, 궁극의 인문학 =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인문학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고,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견해가 일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학소설의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2년에 최초로 발표한 소설 ‘파운데이션’ 연작에서 빅데이터에 기반한 궁극의 인문학을 엿볼 수 있다. 소설에서는 인류 역사 전체를 파악하여 패턴화하고 수치화함으로써, 인간의 집단적 행동과 역사의 흐름을 예측해내는 ‘심리역사학’이라는 가상의 학문이 등장한다. 이는 사람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의 미래와 같은 근원적인 문제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궁극의 인문학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론은 이제 더 이상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바로 ‘빅데이터’에 의해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 어느덧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인문학 혁명의 조짐들 = 구글 엔그램과 소셜 데이터 분석

빅데이터에 의한 인문학 혁명의 조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와 ‘구글 엔그램 뷰어’이다. 구글은 모든 책을 디지털화 한다는 목표 하에 2004년부터 3천만권 이상의 서적을 디지털화하여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엔그램 뷰어’는 추려진 800만권의 책에서 500년간 특정 단어가 사용된 빈도를 비교 분석 할 수 있도록 해준다.

‘Father’와 ‘Mother’를 엔그램 뷰어에 입력 해보면, 1970년대에 Mother의 빈도가 처음으로 Father를 앞지르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고 여성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달라지면서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운동의 영향으로 여권이 점차 신장되기 시작했다는 인문·사회학적 사실과 절묘하게 일치한다

미국 최대의 데이트 사이트 ‘Ok큐피드’의 설립자이자인 ‘크리스티안 루더’의 저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좋아요’ 데이터를 이용해 한 사람의 성적 성향이나 지능을 놀라울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고, 기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국인은 인종과 관계없이 백인을 선호하고 남성은 흑인 여성을 특히 싫어한다는 불편한 진실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대량의 데이터의 디지털화와 전통적인 해석 영역에 대한 실증적 분석의 접목을 통한 인문학 연구의 혁명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씨앗들이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다.

▶빅데이터 가치 창출의 열쇠 =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

해석적으로만 가능했던 인간에 대한 이해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증적으로 가능해진 인문학 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와 선점이 생존과 성공의 열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가 추진 중인 ‘빅파이 프로젝트’(Big Fi: Big-data, Free-information)‘ 의 빅데이터 시범사업 중 '도내 외국인 관광행태 분석', '자살징후 사전 예측 분석' 사업은 주목할만하다. 관광은 인문학과 가장 밀접한 산업 영역이고, 자살징후의 예측은 인간 심리 예측의 정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높은 수준의 빅데이터 가치 창출과 원활한 사업의 수행을 위해서는 개별적인 사업들의 주제뿐만 아니라 사업 상호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추진되는 빅데이터 사업 상호간에 연관된 하나의 일관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성하여 생생하게 전달하는, 즉 Story-Telling 을 추구하는 것이 빅데이터의 성공을 위한 또 다른 열쇠이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이야기의 형태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빅데이터 사업들 상호간에 연관성이 보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면 빅데이터 사업들이 논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다는 사실을 대변해 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야기는 특정 부류를 타깃으로 하여야 효과가 크며 내용은 듣는 이의 흥미를 자극하며 새로운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의 경우 그 가치를 설명하거나 홍보하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빅파이 프로젝트의 '도민 안전 확보를 위한 CCTV 사각지대 분석', '도로보수 효율화 및 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도로 포트홀 실시간 모니터링', '어린이 등하굣길 안전실태 분석', '자살징후 사전 예측 분석' 등의 사업을 산발적이고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것 보다는 '취학아동 안전 위험 식별 및 제거', '독거노인 안전 위험 식별 및 제거'와 같이 수혜자와 생애주기 관점에서 패키지화 하여 추진한다면, 보다 원활한 사업 추진과 사업간의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재용 이사 (주)브이티더블유(vtw) 전략사업본부 본부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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