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억' 등 영상 작품 상영...작가로서의 삶 재조명
지난달 23일 오랜 투병 생활 끝에 78세를 일기로 별세한 구보타 시게코는 백남준의 헌신적인 아내이자 예술적 동반자, 작가였다. 1960년 도쿄교육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후 시나가와의 한 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던 중 현대무용가인 이모를 통해 오노 요코와 교류하며 국제적 전위예술운동인 플럭서스에 참여했다.
고인은 1964년 독일에서 활동하던 백남준의 도쿄 소게츠홀에서의 공연에 강한 충격을 받고 그 해 7월 새로운 예술을 갈망하며 뉴욕으로 건너갔다. 이후 뉴욕에서 백남준과 재회한 구보다 시게코는 2006년 백남준이 타계할 때 까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예술가 커플로 40여년을 함께했다.
추모행사는 백남준의 스튜디오를 원래 모습을 재현한 ‘메모라빌리아(Memorabilia)’에서 열릴 예정이다. 메모라빌리아는 브룸 스트리트 스튜디오의 벽면 및 창틀을 비롯한 공간을 재현하고, 스튜디오를 구성하던 실제 사물과 문서들을 그대로 옮겨와서 배치한 백남준아트센터의 상설 전시 공간이다.
추모행사는 구보타 시게코 여사 약력 소개, 관련 영상 상영, 백남준과 친분을 나눴던 지인 및 예술계 인사들의 추모사와 헌화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추모행사에 상영될 영상 두 편은 백남준의 예술적 동반자이기 이전에 ‘작가(artist)’로서의 구보다 시게코를 조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첫 번째 영상은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1986년 제정한 독립영화 관계자 및 비디오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미국 영화 연구소상(American Film Institute Award)을 수상한 구보타 시게코의 시상식 영상을 편집한 것이다. 마야 데렌상(Maya Deren Award)으로도 불리는 이 상을 구보다 시게코는 1995년에 수상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영상은 구보타 시게코가 1999년 백남준을 피사체로 제작한 ‘전자 기억(Electromagnetic Memory)’이라는 비디오이다. 젊은 시절의 백남준과 퍼포먼스 풋티지, 그리고 노년의 백남준을 교차 편집한 본 영상 작품은 총 상영시간 27분으로 추모행사에서는 편집본이 상영될 예정이다.
또 이날부터 9일까지 메모라빌리아에 분향소도 설치, 운영한다.
한편, 같은날 오후 5시 용인에 위치한 한국미술관에서도 고인을 추모하는 전시와 무용가 홍신자의 추모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며, 백남준과 구보타 시게코의 지인들은 오는 10월 두 사람이 거주하던 뉴욕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식 추모행사를 기획 중이다.
문의 031-201-8559.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