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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포드 대학이 10년 후에 사라질 직업 혹은 없어질 일, 702개 업종을 분석하여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연구 교수인 마이클 오스본 교수가 쓴 ‘고용의 미래-우리 직업은 컴퓨터화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인데, 향 후 10~20년 후 미국 총 고용자의 47%의 일이 컴퓨터나 로봇으로 대체되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실험되고 있고, 사물 인터넷과 드론은 놀라운 기술발전이 어떤 것인지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발전에 힘입어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 1억 4천만 명의 풀타임 지식노동자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유명대학 교수들의 강의는 물론, 최고의 강연을 무료로 아무 때나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대학을 가거나 유학을 가야할 이유가 없어질지 모릅니다. 단순히 정보의 전달을 교육적 기능으로 본다면 더 이상 학교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컴퓨터로 우리는 인류가 지금까지 축적한 대부분의 지적 유산을 거의 다 검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미국 의회도서관에 소장된 3천300만 권의 책을 이미 디지털화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정보는 거의 다 손 안에서 검색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제 논문을 쓴다든가, 글을 쓴다는 것이 무섭고 두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지식세계에서 단 한 발이라도 창조적으로 진보하기 위해서는, 표절시비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지 빅데이터 시대는 우리에게 도전해옵니다. 대학에서 인문학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학문의 실용성과 취업가능성이란 시각에서 강요된 현실만이 아니라, 이런 기술발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는 또한 컴퓨터나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직업들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뜻합니다. 20년 안에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들이 순위별로 나열된 것을 살펴보면 텔레마케터(99%), 회계사(94%), 소매판매업자(92%), 전문작가(89%), 부동산중개인(86%), 비행기조종사(55%), 경제학자(43%), 건강관련기술자(40%), 배우(37%), 소방관(17%), 성직자(0.8%), 치과의사(0.4%) 등의 순서였습니다. 가능성이 낮은 직업군에 속한다고 성직자들은 안심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안심하긴 이릅니다. 왜냐하면 신자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지요. 인구가 줄어들면 안심할 수 없는 직업 수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미래의 직업이 전망이 있을까요. 전망 있는 직업들이 무엇인지는 컴퓨터에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만,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더 높은 차원에서 창조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답변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른바 전망 있는 미래의 직업을 획득할 수 없는 사람들, 고령화 시대의 노인들입니다. 이들을 위한 미래의 직업, 더 높은 차원의 창조적인 일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나는 노인을 위한 미래의 직업, 높은 차원의 창조적인 일은 ‘육아’와 ‘텃밭 가꾸기’라고 생각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2060년이 되면 한국은 세계 2위 고령국가가 될 전망입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40.1%까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2015년 현재 전체인구의 13.1%에서 2030년 24.3%, 2060년에는 40.1%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 해 세계 201개 국가 중 51위인 한국 고령인구비중은 2060년 세계 2위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지요. 이들 노인들이 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가장 창조적인 일은 바로 미래를 책임질 손녀손자들을 돌보고, 식량자급과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텃밭을 가꾸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로마 최고의 웅변가이자 정치가였던 키케로도 기원전 42년에 쓴 ‘노년에 관하여’에서 이미 생각한 일이었습니다.

채수일 한신대학교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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