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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 우리나라와 일본 두 나라 정상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상호 교차 참석하였다. 행사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고, 아베 신조 安倍晋三일본 총리는 50년을 내다보며 함께 손잡고 새 시대를 열자고 말했다. 그동안 냉각된 두 나라 간 관계개선의 청신호로 보인다. 아직도 교과서 왜곡이나 위안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문제에서 보여주었던 일본의 정당하지 못한 태도는 한국인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렇더라고 외교는 감정만을 앞세울 수가 없다. 한·일 관계는 과거의 역사적 관계로만 구성되지 않으며, 현실의 정치?경제적, 군사 안보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이 6월1일부터 6월6일까지 주일 한국대사관 도쿄 한국문화원 갤러리M에서 ‘아름다운 동행 展’을 가졌던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것으로 오랜 역사를 함께 걸어온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사를 돌아보는 내용이었다. 두 나라의 모습을 담은 고지도와 함께 양국 현대미술 중견작가의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 행사였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3년 4월 ‘아름다운 세계 고지도 展’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열린 행사다. 이번에도 일본 내의 대학교수, 학생들은 물론 재일동포와 예술인들의 발길이 이어져 국내외 언론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행사에서 나는 화려하게 채색된 지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도록 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도 속에 숨겨진 동아시아의 영토와 영해문제의 진실을 올바로 알리고 싶었다. 천문도를 통해서는 고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우월성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의 시각을 바로잡는 데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지난 4월과 5월 두 달 간에 걸쳐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의 겐론NPO가 공동으로 한·일 양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인식조사를 하였다. 조사결과를 보면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다 혹은 대체로 좋다”라고 응답한 한국 국민은 15.7%, “좋지 않다 혹은 대체로 좋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72.5%나 달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다”고 답한 비율은 23.8%, “좋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52.4%로 과반이 넘었다. 이는 2013년 조사에서 일본인 중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37.3%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였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한국에서는 87.4%, 일본에서 65.3%로 대다수가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동의했다.

한·일 양국이 두 나라 국민 사이를 가르는 갈등요인만을 부각할 경우, 냉각된 양국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은 요원해진다. 단기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역사문제와 다른 현안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분리하여 대응하는 유연한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일본에서 진행했던 ‘아름다운 동행 展’과 같은 행사가 양국 간에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두 나라 국민의 정서를 상호 이해하고 문화를 통한 국가 간 화합과 교류의 장을 만드는 길이며, 무엇보다도 장래의 후손들에게 ‘평화’라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혜정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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