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 교육인을 만나다] 김거성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공익제보자보호 조례 등 과제, 외형적으로 성취했다고 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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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일보가 ‘眞 교육인을 만나다’를 통해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주인공은 김거성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이다. 어느 기관이든 감사관이라는 직책은 고달프다. ‘현대판 암행어사’라는 꼬리표와 ‘가까이 해서 좋을 것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직원들 사이에서 팽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사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사람들의 불편한 오해가 조금은 과장됐다는 점이다. 감사관실의 우선순위는 사건조사와 징계 등의 업무가 아니었다. 존중과 배려의 감사문화를 정착시키고, 경기교육의 변화를 이끌어가기 위한 불쏘시개 역할에 보다 집중하고 있었다. 시민단체에서 반부패 활동을 해왔던 탓일까. 김 감사관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참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사건, 사고를 다루는 과정에서 스토리와 배경에 집중하려 했고, 결정을 내릴 때는 신중했다. 남들이 보면 오해를 살 수 있는 결정도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소신있게 진행하고 있었다. 덕분에 사건 당사자들은 억울하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경기교육의 혁신과 청렴문화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그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음은 김 감사관과의 일문일답.

-도교육청 감사관 이전에는 어떠한 활동을 했었는지 궁금하다.

“지난 1999년부터 한국 투명성 기구와 국제 투명성 기구 등 시민단체에서 15년 넘게 반부패 활동을 해왔다. 반부패 국가청렴위원회에서도 활동을 했고, 교육관련해서는 서울교육청 징계위원을 역임 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국가기관과 정부, 기업, 시민 등을 대상으로 부패방지와 투명성, 기업윤리, 청렴성 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와 정치정당, 기업, 시민사회 4자간 대표들이 모여 투명사회협약을 체결했던 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모두 사회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들이었다.”

-시민단체 때와 도교육청에서 느끼는 온도차가 클 것 같다.

“연결되는 점은 있으나 교육 현장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어 새로운 영역인 측면이 있다. 특히 경기교육의 규모가 크다보니 온갖 사회문제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이다. 학생수나 교직원 수가 워낙 많다보니 사건, 사고 발생 빈도수가 타 지역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나쁘다기보다는 현실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인 것 같다. 반대로 현장에서 좋다고 느끼는 점은 조직 전체가 소위 무임승차 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조직이 잘 운영된다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인식을 달리하게 된 부분은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도 바람직한 방향이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외부에 있을때는 고리타분한 인사보다는 능력과 의지에 따른 발탁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전제는 모든 구성원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어야겠지만, 지금 같은 업무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모두가 예측 가능한 인사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발탁인사를 하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데,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는 합리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이 인사제를 포함해 합리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시민단체 활동 당시 바라보던 시각과는 확실한 온도차가 있다.”

-지난 1년간 감사관 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소감이 궁금하다.

“8월 28일이 부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공무원의 위치에서 판단하고 규정대로 집행하는 일들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지만 이 위치에서 자신의 지향점과 소신, 과제 등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 느끼고 있다. 90%이상의 판단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역할을 해도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오지만 나머지 5~10%의 판단은 나의 의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현실에 적용되는 규정들 때문에 사안에 대해 더 심각하게 봐야하는데 그렇게 볼 수 없다던가, 좀 더 가볍게 처리해야 하는 일을 무겁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다. 이런 부분이 한계로 느껴지고 있지만 그 간격을 좁히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재정호 교육체제에서의 감사관실 역할과 지향점이 궁금하다.

“감사관실이 해야할 역할은 크게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불쏘시개, 또 하나는 동반자이다. 감사관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부서는 아니지만 손이 닿지 않는 어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즉, 어떤 주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을 마련할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내부자가 아니라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밖에서 봤을때 객관적이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조언은 해줄 수 있다. 그런 시각으로 내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돕고, 또 여러 주제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징계하고 처분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 역할이 중심이 되고 바탕이 돼야 한다고 본다. 지향점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최근 감사 시스템 혁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회의를 하고 있다. 혁신의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존중과 배려의 감사문화 정착이다. 사실 감사라고 하면 대부분 일방적이고, 권위적이고, 호통을 치는 이런 모습을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감사대상과 협의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감사 받는 사람도 인정할 수 있는 감사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감사받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늘 하고 있다. 그 존중과 배려의 일환으로 이른바 학번기(졸업과 입학, 반편성이 이뤄지는 학교에서 가장 바쁜시기)인 2~3월에는 단위학교와 교육지원청에 종합감사를 나가지 않기로 했다.”

-경기도내 교원수는 11만7천여명에 달하고, 학생수는 181만여명에 달한다. 감사관실 안에서 이들과 소통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은 따로 있는가.

“지적한 대로 현장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현재 감사관실에 현장을 잘 아는 교육 전문직 분들이 4명이 있다. 수적인 한계는 있지만 이분들이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감사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여러 형태의 간담회와 협의 과정을 통해 최대한 현장과 가깝게 있으려고 한다. 감사관실에서 내세우는 말이 있는데 바로 ‘우문현답’이다.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 속에 답이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현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도 피부에 와닿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아픔의 현장이 있으면 직접 가보고 대화도 하려고 한다. 현장과의 소통문제는 지속적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숙제이다.”

-감사관의 역할 중 하나가 감사관실 직원들에 대한 조직관리가 있다. 조직운영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가.

“감사관이 되고나서 처음 감사관실에 들어왔을 때 중앙에 의자가 놓여 있었다. 나는 중앙에 의자가 있는 이런 방식보다 원탁을 넣어 둘러 앉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게 나 나름대로의 리더십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보고서 등을 받을 때도 옆에 나란히 앉아서 설명을 듣고 함께 보면서 싸인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조직의 민주성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내 소신은 어느정도 유보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감사관실 내 문화는 민주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조직내에서 활동을 하다 상처받거나, 혼나서 우는 일. 또 인격적으로 모독이 된다거나 상처가 되는 일을 당하는 것은 조직에서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감사처분때도 내가 가장 마지막에 판단하고 있다. 내가 먼저 판단을 하면 직원들이 내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향후 계획과 각오를 듣고 싶다.

“감사관을 지원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외형적으로 성취했다고 본다. 시민감사관제도, 공익제보자 보호 조례, 감사 자문위원회 구성, 5대분야 특정감사 등 큰 과제를 해결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부분은 앞서 언급한 감사 시스템의 혁신이다. 그 내용 가운데 존중과 배려의 감사문화 정착을 포함해 일선 학교에 대한 감사 체계를 좀 더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감사 시스템의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저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본다. 사실 민주적 공동체 형성이 교육현장에서 잘 안되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것이 최근에 불거진 성관련 문제인데, 그런 부분들을 잘 관리하면 남은 1년도 금방 갈 것 같다.”

천의현·구민주기자/mypdya@joongboo.com

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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