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실생활 접목 위해 서비스 평가문화 활성화 필요

산업에서 빅데이터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비용을 줄이거나 새로운 수익을 만드는 등 소위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데이터가 산업에서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편리한 생활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의 직관이나 경험이 아닌 데이터에 의해 생활하게 되는 ‘데이터 주도 사회(Data driven Society)’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MIT의 알렉스 샌디 펜틀랜드(Alex Sandy Pentland) 교수는 데이터 주도 사회를 정의하면서 빅데이터 분석은 인류에게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은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사람들이 살면서 남기는 인터넷 댓글이나 카드 지출, 쇼핑 내역 등 사소한 기록을 ‘디지털 빵 부스러기(digital bread crumb)‘라고 부르면서, 디지털 빵 부스러기 수십억 개를 분석하면 금융 위기, 정치 격변, 빈부 격차 같은 사회 현상을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데이터 주도 사회의 사례로 이탈리아 열린 데이터 도시, 트렌토를 꼽았다.

펜틀랜드 교수가 꼽은 데이터 주도 사회 트렌토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해 있으며 인구는 약 11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정읍이나 영주 쯤이고 면적은 약 158㎢로 청주 보다 약간 크다.

인구나 면적으로 볼 때는 소도시에 지나지 않지만, 빅데이터로 보다 나은 생활을 추구하고 있는 스마트 시티이자, 지역 전체가 데이터 분석의 실험실인 빅데이터 리빙 랩(Living Lab)인 곳이다.

트렌토는 2012년 11월부터 통신사, 지방 정부, 주민이 협력하여 스마트 도시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 프로젝트에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식당을 예약하고 메뉴를 결정해 선 결제하며, 음식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있는 스마트 캠퍼스 ▶지도 위에 교통 시간표와 실시간 차량 정체 상황 등의 데이터를 올려 최적의 경로를 탐색할 수 있으며, 동시에 전기 자전거와 공용 자동차의 예약과 이용이 가능한 스마트 모빌리티 ▶관광객들을 위한 개별 맞춤 정보 서비스와 자동차 함께 타기 및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가능한 전자권역(e-Territory) 서비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리빙 랩이라는 이름은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전역에 새로운 시스템을 시험 삼아 구현해 보는 것으로 도시 전체가 ‘생활의 실험실’이 된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리빙 랩은 2006년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같은 해 11월 ‘유럽 리빙 랩 네트워크(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s, ENoLL)’가 결성되면서 급격히 증가하였다.

초기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파되었지만, 현재는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의 여러 국가들이 속속 참여하여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 수는 350여 개에 달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 4개, 일본 1개, 대만 1개 지역이 참여 중이다.

리빙 랩은 지역 혁신의 주체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에너지, 건축, 환경, 교통, 의료 등의 문제를 다루다보니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은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트렌토 지역의 주민들도 의료 및 육아 정보 등이 포함된 개인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등 리빙 랩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의 개인 정보는 본인 동의하에 수집되어 익명 처리 후 보안이 잘된 ‘열린 개인 데이터 상점(Open PDS : Open Personal Data Store)’을 통해 공유되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활용된다.

트렌토가 데이터 주도 사회의 성공 사례로 뽑힌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주민들의 행태를 알아내고, 그 결과가 반영되어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났다. 지방정부가 흩어져 있던 데이터들을 모아서 도시의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트렌토는 2014년 5월에도 트렌토 대학과, 트렌토 혁신 센터(연구소), 정부 기관이 동시에 참여하는 ‘스마트 시티 계획’을 발표하였고, 이 계획안은 중국의 우시市와 함께 2014년 6월 전자전기 분야 거대 국제기구인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가 지원할 스마트 시티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아직 리빙 랩이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보면 일면 부럽기도 하지만, 올해 서울 북촌이 리빙 랩에 참여할 예정이며, 부산, 대구, 대전, 단양, 광양, 문경 등은 논의 중이라고 하니 사뭇 기대가 크다.

리빙 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참여의 장(場)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지자체가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들을 선정하여 언제 어디서나 의견을 표시할 수 있게 터를 만들어 놔야 한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내 개인 정보를 잘 분석해 보라고 내주기도 해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좋다 나쁘다 평가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고쳐달라고 계속 잔소리를 해야 한다.

주민들이 디지털 빵 부스러기들을 많이 남겨야 데이터 주도 사회를 당당히 누릴 수 있게 된다.

경기도 빅파이사업은 리빙 랩 프로젝트와 많이 닮아있다. 사업의 취지도 흩어져 있는 정보를 수집해 도민이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고, 이해관계자들의 컨소시엄도 구성되어 있다. 빅데이터 인력 양성 사업을 통해서는 도민들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요 과제가 ▶도민 안전 확보를 위한 CCTV 사각지대 분석 ▶도로 포트홀 실시간 모니터링 ▶공동 주택 부조리 방지를 위한 관리비·계약 형태 분석 등으로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로 잘 선정되어 있다.

이제 터가 마련되었으니,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여 디지털 빵 부스러기들을 많이 남겨야 한다. 그리고, 경기도는 부스러기들을 소중히 잘 주워 담고, 잘 분석하여 좋은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 분석 결과가 반영되어 생활을 편리하게 바꿔줄 새로운 서비스가 두루 갖추어진 사회, 이것이 바로 데이터 주도 사회인 것이다.

임태훈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정책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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