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검문소에서 경찰 초급간부가 쏜 38구경 권총에 의경이 맞아 숨진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은 장난을 하다 벌어진 오발사고라고 했지만 가족들은 가혹행위를 의심하며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설사 장난으로 벌어진 사건일지라도 만약 그간 수차례 상대에게 총을 겨누는 장난을 쳤다면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혹 행위일 수밖에 없다. 마치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자들이 단순한 장난이었을 뿐 고의성이 없었다고 말하는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더구나 이달 초 이 검문소 내에서 다른 의경 한 명이 탈영한 사실도 있다고 하니 자체 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 지 의심스런 대목이다.

전시도 아닌 상황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더구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누구보다 총기 사용법이나 규칙을 잘 알고 있을 경찰 간부가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가슴에 총을 겨눴다는 점이다. 실탄이 들어있는 총으로 상관이 부하에게 장난을 친다는 것 자체가 상식 이하의 행동이다. 더구나 가뜩이나 남북 간의 대치와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모든 국민이 주목하고 긴장한 상황에서 누구보다 자기 소임을 다해야 할 경찰이 백주에 총으로 장난을 쳤다니 엄청난 기강해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경찰의 총기류나 실탄 관리가 생각보다 허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직 경찰관의 증언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실탄을 가지고 있는 경찰이 많다고 한다. 사격훈련장에서 실탄을 기념품이나 일종의 과시용으로 쉽게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격장에 통제관이 있지만 사격 후 탄피를 일일이 세지 않고 자루에 그냥 담아 가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실탄을 빼돌릴 수 있다는 충격적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실탄을 기념품으로 챙겨온다는 생각 자체도 문제지만 사격훈련 후 실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탄피 하나라도 모자라면 반드시 그것을 찾는 것이 상식인데 그렇지 않는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실탄을 외부로 유출하거나 소지한 자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이 정도면 상당한 중범죄다. 경찰청 관계자들은 실탄 유출은 처음 듣는 이야기며 빠른 시일 내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총기 사고의 전말을 분명하게 밝혀내 그 책임을 분명하게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중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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