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난 이슈&사람] 엄득호가 만난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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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은?

▶1965년 경북 포항 출생. ▶포항고 졸업 ▶성균관대 조경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공학박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연구원 ▶협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 생태교통 페스티벌. 도시계획 시민계획단. 500인 원탁토론….

지난 5년간 수원시 안팎을 뜨겁게 했던 사업들이다. 또 지난 이야기지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사업이기도 하다.

곱씹어 생각해보면 짧은시간 수원시를 변화시킨 대표적인 사업이었고, 수원 변화를 함축하는 대표적인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이재준 수원2부시장이 있었다.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인구 100만명 이상 기초자치단체에 2급 부시장 직제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방행정체제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전국 처음으로 임용된 이재준 수원 제2부시장.

그는 처음이었기에 쉽지 않았던 일을 4년 7개월동안 뚜벅뚜벅 꿋꿋이 이끌어왔다.

2011년 취임한 이 부시장은 수원 군공항 이전 사업을 현재까지 이끌고 있으며, 생태교통 수원 2013 총감독을 맡아 성공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또, 도시계획 시민계획단, 마을계획단, 500인 원탁토론 등을 기획하며 행정과 주민이 함께 가는 거버넌스를 성공적으로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부시장은 현재 도시정책실, 안전교통국, 환경국, 전략사업국을 총괄하고 정무부시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재준 부시장을 만나 그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임한지 벌써 4년 6개월이 지났다.

“처음 부시장직을 맡았을 때는 내가 무엇인가 실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연구원 7년, 교수 12년의 경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특히 공무원, 시민들과 소통해야하는 행정이 낯설었다. 하지만 막상 실제 업무를 시작해보니 공무원과의 소통은 그리 힘들일이 아니었다. 전공이 도시계획분야다보니 과거 지자체에 자문한 경험도 있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부시장만 5년을 해왔다. 보통 부시장들의 임기가 1~3년이라고 한다. 공무원의 부정, 비리를 막고 내외부의 견제 등 부정적인 요소를 없애기 위한 것인데 염태영 수원시장의 믿음과 그동안 큰 문제 없이 일을 처리해 온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었다면 벌써 언론이나 내부 등에서 반발이 일어나 진작에 자리를 내줬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염시장과 공무원, 시민들이 믿어준 덕분에 원 없이 일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최근 수원시민의 가장 큰 관심은 수원 군공항이전이다.

“과거 군공항이 들어선 일은 수원시에 이득과 손해을 안겨줬다. 이득은 군공항이 들어오면서 일자리 창출, 주택, 시장경제 활성화 기여다. 그러나 삼성전자, SKC 등의 대기업이 수원시로 들어오면서 군공항의 좋은 면을 대기업들이 대체하고 있다. 손해는 군공항으로 인해 수원시 토지의 절반이 고도제한과 같은 제약으로 재개발, 재건축이 안 되는 재산상의 피해다. 도시개발전문가로서 군공항이 이전된다면 정조대왕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수원시의 역사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수원 곳곳이 재개발 재건축이 활성화돼 우리가 앞으로 꿈꾸는 산업이나 주거, 문화를 실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군공항 이전사업은 여러 산을 넘어 마지막 산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10월 국방부가 선정한 예비후보지 2~3곳이 발표되는데 한 곳을 선정해야만 한다. 이 과정은 필히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원만히 해결할 수 있다면 빠른 시일 내 군공항을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호흡을 맞춰 여러가지 사업을 이끌어 왔다.

“나는 도시계획가지만 도시개발을 통해서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특히 GDP가 행복의 척도라는 생각하지 않는다. 네팔의 경우에도 행복의 척도는 GDP가 아닌 국가 나름대로 만든 행복 척도가 따로 있을 정도다. 염 시장과 지난 18년동안 관계를 쌓으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부시장자리에 오르면서 염 시장에게 “민선 5기에는 개발사업을 하지 말자”고 말을 했었다. 고도성장시기도 아니고 잘못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고 지자체 빚만 늘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시가 짊어지고 있는 재정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좋은정책추진위원회와 주민참여예산제 등 좋은 시스템들이 생겨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거버넌스다. 수원시에서 실행한 거버넌스 사업은 타 지자체에서 본받을 수 있는 성공사례라고 본다. 초기에는 공무원 사이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계속된 설득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우스갯 소리로 협박도 해봤다. 협박이라고 해봤자 부시장이 할 수 있는 것은 인사권으로 공무원에게 “다른 부서로 가실래요? 함께 하실래요?”라고 하는 것이 전부다.”

-전국 최초의 제2부시장이라는 타이틀. 어렵지 않았나?

“하느님의 도움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제일 어려웠던 점은 세상이 바뀐줄도 모르고 여전히 청탁을 해오는 사람들이었다. 주변 여러 사람들이 관행처럼 해왔던 청탁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해왔다. 이런 청탁을 거절하면 나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고 능력 없는 사람으로 평가되곤 한다. 그러나 나는 무딘 성격을 가지고 있어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자신의 가치와 철학에 벗어나는 일엔 둔하다.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견딜 수 있었다. 그럴때 마다 주위 공무원들도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힘을 합쳐 도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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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가 역점적으로 추진중인 성매매 집결지 정비문제,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수원역사 정비는 성공적이었지만 그 앞에 있는 얼굴은 여전하다. 그동안 성매매 집결지를 정비하려고 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해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성매매 집결지 정비는 너무 급하게 가면 종사자와 사업자들의 반발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선행적으로 종사자들의 살길을 열어주고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 사업을 추진해야한다. 앞서 성매매 집결지를 정비한 사례를 훑어보면 실패와 성공은 반반이었다. 우리는 이런 사례들을 토대로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핵심은 성매매 종사자들이 끝까지 반대할 수 없게끔 그분들의 재생을 시가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성매매 집결지가 사라져도 그 기능은 사라지체 않아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개인적으로도 크고 작은 일이 많았다. 가족들이 서운해 하지 않았나?

“아버지는 일명 노가다라고 불리는 일을 하시던 노동자였다. 보일러 배관공으로 일하시며 평생을 일만 하셨다. 나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일손이 부족하면 아버지를 따라 현장에 나가 공구리, 미장을 도왔다. 시멘트를 섞을 때 도구를 사용해야하지만 아버지는 바쁘시단 이유로 항상 맨손으로 작업을 하셨다. 나는 건강에 안 좋고 손이 상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말렸지만 “상관없다”라며 들은척도 안하셨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몸이 편찮으셔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결국 암 진단을 받았다. 세면중독으로 인한 혈액암이었다. 병명을 아니까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다. 평생 가장으로써 할 수 있었던 것은 노가다뿐이라 가족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일하시다 혈액암에 걸리신 것이다. 혈액암 진단 이후에도 쉬면 뭐하냐며 일을 하시다 결국 70대에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장 후회되는 것은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 한번 가지 못한 것이다. (그의 눈시울은 계속 붉어졌고, 결국 인터뷰는 잠시 중단됐다. 아버지를 모시고 찍은 제대로된 사진 한장이 없는 것이 가장 서운하다고도 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인터뷰를 이어갔다.) 부시장 임기 중에 아들이 뇌를 다쳐 6개월동안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휴가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병원도 못가고 업무를 하러다니다보니 집사람이 서운해 했다. 하지만 업무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 역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보다 더한 고통의 순간이었다. 그러다보니 아들이 회복 된 이후 우리 가족은 더 애틋해지고, 똘똘 뭉치게 됐다. 지금도 서로에게 감사할 줄 알고 존중하며 살고 있다.”

-지난 5년을 되돌이켜 본다면.

“학자로서 바라 본 대한민국 현실과 행정가로서 본 대한민국 현실은 다른면과 공통면이 동시에 존재했다. 그 교차되는 공통분모에서 많은 문제점을 느꼈다. 예를들면 자치와 분권 권한의 수준이다. 한국의 지자체는 2할의 자치재정, 권한도 2~3할로 거의 비슷하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중앙제도와 틀, 정책속에서 지자체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 성장시대나 처음의 개척시대에는 강력한 중앙정부의 브레인, 좋은제도와 정책이 국가전체를 발전시킬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2할, 3할 지방 분권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중앙정부에서 시대에 뒤 떨어진, 잘못된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면 그것이 고스란히 지방에 영향주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예로 도시계획법이 60년전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크게 변화가 없다. 제도라는 것은 큰 틀 속에서 새롭게 패러다임을 바꿀 시기가 되면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도 30년이 넘었다. 큰 틀에서 재조명이 필요하다. 또 건축법, 교통법, 공원녹지도 마찬가지다. 공원녹지도 많은 문제가 있다. 일몰법이라고 해서 공원에서 지정된 50%이상이 다 해제 될 위기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중앙정부가 잘못 만들어 온 제도나 정책의 틀을 지방정부는 거역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틀속에서 꼼지락거려야하는 한계가 있다. 내가 행정의 수장으로서 그런 문제점을 보고도 고치지 못하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저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에게 도시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하고 또 경제계획을 세우고 실행할수 있도록 제도와 틀을 조례수준이 아닌 법률수준으로 넘겨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국가 전체가 위임하는 것은 판단해 봐야겠지만 능력이 되고 부패 청념이 검증이 됐다면 감찰권제도 등을 통해 권한회수하는 법률을 만들어 과감하게 권한이양이 돼야 한다고 본다. 그걸 극복하지 못하면은 여전히 저와 한 지자체인 수원이 가진 한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부시장으로 몸담으면서 4년7개월동안 느끼고 또 배우고, 기억했던 순간순간을 담아내기에는 지면 한페이지가 너무 작아보인다. 그가 눈물을 닦아가며, 또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1시간동안 쏟아냈던 모든 단어들을 담아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지면에 모두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와 그의 새로운 꿈을 다시한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대담=엄득호사회부장

사진=노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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