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피난 8남매 중 유일하게 생존...성남시 주민센터 김은선 주무관 노력으로 만남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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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헤어져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던 형제가 주민센터 직원의 노력으로 41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23일 성남시에 따르면 김모(68)씨는 지난 7일 주민등록증 발급을 하려고 수정구 태평3동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하지만 김씨는 본인의 이름과 생일만 기억할 뿐 자신의 정확한 나이도 주민등록번호도 알지 못했다. 전산으로도 주민등록번호 조회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신분증 없이 불편하게 지내왔다는 사실을 딱하게 여긴 태평3동 김은선 주무관은 김씨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쪽지를 단서로 추적을 시작했다.

쪽지에는 주소가 하나 적혀 있었다. 김 주무관은 조회 끝에 그 쪽지에 적힌 주소가 김씨의 본적지 주소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제적등본을 통해 김씨의 주민등록번호와 김씨의 동생이 있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는 전산등록 이력이 없었다.

김 주무관은 본인 확인을 위해 경찰청에 즉시 십지문 조회를 의뢰했다.

제적 등본상 김씨의 동생(66세)에게도 연락을 취해 그동안의 사정을 설명했다. 김 주무관이 휴대전화로 전송한 형의 사진을 받아본 동생은 41년 전 실종된 형이 맞다고 했다.

동생이 들려준 사연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형제는 6.25전쟁 당시 어머니와 함께 북한(옹진군)에서 인천으로 피난을 왔다. 8남매 가운데 6남매는 전쟁 중에 숨졌다. 함께 피난 온 어머니는 1972년 암으로 사망하고 형제만 남았다.

형제가 헤어진 것은 1974년. 전국의 공사장을 옮겨 다니며 일을 하던 형이 어느 날부터인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생도 거주가 일정치 않다 보니 형과 엇갈렸고, 형제는 뜻하지 않게 생이별을 하게 됐다.

동생은 그동안 형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었다고 했다. 결혼 뒤에도 경찰인 딸을 통해 백방으로 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심지어 형이 고향인 북한으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산가족 찾기 신청까지 해 놓았다.

김 주무관의 도움으로 생사가 확인된 다음 날 동생과 형은 태평3동 주민센터에서 41년 만에 만나 감격의 상봉을 했다. 형 동생 할 것 없이 하염없이 울었다.

김 주무관은 “민원인의 사연이 안타까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온종일 조회와 문의에 끈질기게 매달렸는데 이렇게 큰 결실로 이어지게 돼 보람이 있다”며 “다가오는 한가위에 형제분 가족에게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태평3동 주민센터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김씨를 위해 각종 사회보장서비스를 신청했으며, 추석을 맞아 이웃돕기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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