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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빠르고 똑똑하며 편리한 세상이다.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과학기술의 발달은 예전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장면을 우리 일상에서 가능하게 해주고 있으며 이전에 비해 시간과 노력을 월등히 줄여주어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라는 작고 똑똑한 녀석을 통해 통화, 촬영, 메시지등 일상적인 기능은 물론, 유저 개인의 성향에 맞는 수천가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여 취미, 업무, 게임, 금융, 쇼핑등 일상생활에서의 편리함을 원없이 제공받고 있다.

그뿐인가. sns로 불리는 쇼설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서로간의 취미와 관심, 위치와 생활, 모임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타인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개개인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컨텐츠도 그 양이 어마어마 하다.

이쯤에서 옛날 어른들이 즐겨하셨던 말씀을 떠올리게 된다. “세상 참 빠르게 변한다.”

이렇게 빠르고 편리한 세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제는 익숙하고 당연한 풍경이겠지만 필자처럼 평생을 무대와 함께한 고지식한 사람에게는 너무도 빨리 변해가는 세월이 조금은

야속할때도 있다.

그것은 세상의 이치가 명과 암, 낮과 밤, 음지와 양지로 나뉘는 것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그 옛날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워지기 때문은 아닐까.

앞서 얘기한 스마트폰이라는 녀석을 한번 살펴보자.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조그만 전화기를 가지고 길을 걸으며 통화를 하거나 tv를 보거나 금융거래를 하는 모습은 상상속에서도 익숙치 않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침에 눈을 뜰 때 울리는 알람기능을 시작으로 스케줄 관리, 은행거래, 티켓발권까지 완벽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별다른 수고없이 언제 어디서나 주인이 원하는 기능을 단번에 뚝딱해내는 플랫폼으로 진화한 스마트폰은 대부분의 이용자에게 참으로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똑똑한 녀석을 어쩌다 집에 두고 나온 날에는 하루종일 찜찜하고 불안한 감정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반드시 스마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여 여성들의 치맛속을 엿보는 범죄가 가끔식 뉴스가 되고 사고나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기 보다는 자신의 sns에 업데이트할 사진을 찍기 위해 전화기의 카메라 버튼을 먼저 찾는 경우도 있다.

또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채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국내.외에서 높은 건물, 낭떠러지, 기차레일, 야생공원의 맹수 등 위험한 순간과 장소에서 과시용 셀카를 찍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어떤 상황이든 사용자의 부주의가 그 원인이겠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일상에 앞만보고 달리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은 그 속도에 취해 주변의 상황과 이해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한번쯤 반문하게 된다.

옛날 한겨울 두꺼운 솜이불을 덮어놓았던 방구들의 밥공기, 검게 그을린 연탄구들, 저녁상을 물리고 식구들 모두 좁은 방에서 함께 보던 tv, 약속장소에서 연인이 올때까지 몇시간이고 기다렸던 바보같지만 그만큼 순수했던 순애보.

기다림이 있고, 설레임이 있고, 작은만족이 있었던 아날로그 시절,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지는 가을이다.

김정학 경기도립무용단 예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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