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되었지만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첨예한 가운데 중등 한국사의 개정 내용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국정 한국사의 기조와 방향을 미리 짐작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특위(위원장 도종환 의원)’가 개정 역사 교육과정에 대해 역사교사모임과 역사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전체적으로 독립운동사가 축소되고 친일의 역사는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했던 대로 뉴라이트 계열 보수적 역사관이 대폭 반영된 것이 확인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9 개정’에서 하나의 장으로 구성됐던 ‘3.1운동의 전개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이 삭제됐고, 사회주의계열의 민족운동에 대한 서술도 없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역사교사 모임은 임시정부를 포함한 독립운동사를 대한민국과 무관한 역사라는 관점을 갖고 있는 뉴라이트식 근대사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 분명 대한민국 정부는 상해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과 무관한 역사라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지난 달 대통령도 중국 방문 중 상해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해서 임시정부가 우리 민족의 주권 회복에 대한 희망을 주도했다는 내용의 축사를 하지 않았는가.

일제강점기의 역사는 우리 국민에게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독립운동에 헌신하느라 가족들을 돌보지 못해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 우리 사회 주류에서 멀어졌다. 반면 친일파의 후손들은 부와 권력을 물려받고 지금도 각계각층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강제징용, 위안부 등으로 참담한 고통을 겪었던 분들에게 일제강점기는 여전히 살아있는 역사다.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자부심, 정통성을 부여했던 독립운동사를 부정하는 역사교육은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었던 임시정부나 독립운동사를 가르치지 않겠다는 발상은 역사의 단절과 역사 왜곡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제대로 역사를 가르치지 못하면서 어떻게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이번 개정 역사교과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위험성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의 본질,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의 주체성과 정통성을 훼손하는 역사교육은 희망이 없다.

중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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