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정치적 보폭이 커지고 있다.

 정국의 주요 고비마다 중재안을 제시하거나 이례적으로 여겨질 만큼 거침없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집권여당의 쌍두마차로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공천권 파동'을 계기로 원 원내대표의 목소리가 부쩍 굵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무성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무산됐다고 단언하면서 '제3의 길'을 띄웠고, 새로운 공천제도를 논의할 때 청와대나 특정계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당의 무게중심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 같은 생각을 담아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 우리는 제3의 길로 들어섰다"며 "이제 또 한 번의 결정을 해야 한다. 이 길을 걸어갈 건지,뛰어갈 건지, 이 결정은 구성원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썼다.

 이어 "의사를 모으는 결정 과정에서 '걸어가선 안 된다, 뛰어가선 안 된다'라는가이드라인을 그 누구도 미리 정해선 안 된다"며 "우리 모두는 함께 서로 격려하며 정상에 도달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걸어가선 안 된다'라는 언급은 김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공동발표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우려를 보인 청와대를, '뛰어가선 안 된다' 라는 표현은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고 공언한 김 대표를 각각 가리킨 것으로 읽힌다.

 이는 청와대의 '공천 개입' 논란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동시에 공천 주도권을놓고 당내 엄존하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세력 대결에서 '균형추'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구성원 전체의 합의'를 강조한 것은 공천제도 관련 특별기구에서 마련하는 대안이 법 개정을 필요로 할 경우 원 원내대표는 원내사령탑으로서 대야 협상을 지휘해야 한다는 점에서 합의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와 함께 당내 결속을 강조한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선 누구나 납득할 수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제도가 필요하다"며 "공천권 다툼이 오래가면 국민에게 염증만 일으킬 수 있으니 논란을 서둘러 매듭짓자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 원내대표의 행보는 그만큼 확대된 입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 원내대표 자신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지만, 지난달 25일과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출국·귀국 때 당내 인사로는 유일하게 공항에서 박 대통령을 배웅·영접한 장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 원내대표는 당내 여러 4선 의원 중 한 명으로서 집중 조명의 바깥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이렇다할 당직도 맡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올해초 원내대표 경선 때 유승민 원내대표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뤄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서 당선된 게 도약의 계기가 됐다.

 지난 5월말 이후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과정에선 '유승민 불신임안'을 의원총회 표결에 부치려는 친박계를 설득, '아름다운 퇴장'의 기회를 주자는 중재안을 제시해 관철시키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 원내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비주류 정치인으로 지내오면서 당내 지지기반이 미미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일각에선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당시 정책위의장에서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된 데 대해서도 석연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닝메이트로 당선된 만큼 정치적으로 동반사퇴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원 원내대표가 친박계로 기울었다거나, 친박계의 물밑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원 원내대표는 "힘의 경중에 휩쓸려 다닌 게 아니라 시시비비를 따져선택을 해왔다"며 "오픈프라이머리가 안 된다고 한 것처럼 '옳은 것은 옳고, 아닌 것은 아니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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