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따라 5년전 한국행...아이 눈높이 맞추려 한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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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우수성이 뛰어난 한글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이 고향인 노티김안(46·여)씨. 그는 올해 한국생활 5년째를 맞는다. 1990년대 초반에 베트남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한국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처음 한글을 접한 그는 ‘천국의 계단’, ‘풀하우스’ 등 한류드라마를 동경해 1997년 한국을 첫 방문,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후 통신회사에 취직해 베트남으로 대거 유입된 한국기업들의 직원들을 상대하면서 현재의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에 성공, 당시 노씨는 베트남에, 남편은 한국에서 초장거리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2010년 아기가 생긴 노씨는 한국으로 건너와 본격적으로 한국생활을 시작했지만,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남편을 따라 한국에 넘어올 당시 어깨 넘어 배운 한국어로 생활해보려 했지만, 한국말을 잘 모르는 그에게 타향살이는 녹록치 않았다.

한국에는 분리수거가 당연했지만 베트남에는 분리수거란 개념이 없고 ‘유리’, ‘종이’ 등이 무엇인지 모르는 노씨에겐 분리수거마저 쉽지 않은 집안일이었다.

장을 보러 가더라도 재료의 이름을 몰라서 어린 아이가 심부름을 하듯 종이에 글자를 적어가 장을 보곤 했다.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자 자신감도 잃고 한국 친구도 만들지 못하면서 무료한 생활이 찾아와 우울증 위기에도 놓일 뻔 했다.

결국 그는 지난 2011년 수원시이주민센터에서 실시하는 한글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한글을 배우기로 마음 먹었다.

한글배우기는 29개의 알파벳으로 구성된 베트남어와는 달리 자음 19자, 모음 21자를 뒤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만 생활하던 노씨에겐 어려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점점 한글을 유창하게 사용하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한글 공부에 매진했다.

공부에 매진한 결과 한국인과 대화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의 수준까지 이르렀고, 2013년 귀화시험에도 당당히 통과해 한국 국적까지 취득했다. 현재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도 참가해 한국 아줌마들과도 능숙하게 얘기를 나눈다.

노씨는 특히 모음과 자음을 섞어 다양한 단어를 만들어내는 한국말에 큰 매력을 느꼈으며, ‘달리다’와 ‘다르다’ 같이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뜻을 가진 단어를 하나둘씩 알아갈 때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 중 노씨는 ‘가족’, ‘사랑’이란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 어감도 좋고 말하기 쉬운 데다 좋은 의미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노씨는 “귀화시험을 공부할 때 한글을 세종대왕이 만들었으며 매년마다 한글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한글 공부를 더 열심히 해 한국기업에 취직해 평생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lj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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