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물리 응용, 자연스레 뇌 연구...서양식 아닌 고유기술 발전 앞장"

조조좆.jpeg
조장희(79)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개척자’다.

1975년 세계 최초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와 2.0T MRI(자기공명영상)를 개발했다.

현재 국내 병원에서 사용되는 MRI는 그가 외국 대학들과 연계해 만든 7 T MRI이며 CT(컴퓨터 단층촬영) 또한 그의 작품이다.

그런 그가 개척하고 싶은 미지의 영역은 아직 현대 과학으로도 완벽하게 해석이 불가능한 인간의 뇌다.

이를 위해 그는 7 T MRI보다 2~3배 더 자세하게 인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14 T MRI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적인 뇌 과학자인 개척자 조장희 박사를 지난 14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만났다.

―어떻게 융기원과 인연이 닿았나.

“원래 외국에 오래 있었다. 1962년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10년동안 학생들을 가르쳤고 미국 UCLA, 콜롬비아 대학, UC 어바인에도 있었다. 그러다가 한국에 돌아와 2005년 과천대연구소를 만들고 7T MRI를 개발했다. 이때 14T MRI의 개발 가능성을 엿보고 미국행을 결심했다. 그때 서울대에서 융기원에 남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 있어 융기원에 둥지를 틀게 됐다.”

―유난히 ‘최초’란 수식어가 많은데.

“나는 세계최초가 아니면 안한다. 연구는 세계 최초가 아니면 가치가 없다. 다른 나라가 하고 나서 우리가 따라가는 것은 가치 없는 일이다.”

―전공 분야가 굉장히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응용물리를 했다. 그런데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핵물리 쪽도 하게 됐다. 핵물리를 응용한 검출기를 다루다 보니 자꾸 뇌를 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뇌 과학을 시작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전무하다.

우리나라는 현대과학을 시작한 역사가 짧다. 반면 이번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1850년에 동경대를 만들었다. 우리는 서울대를 1948년에 세웠다. 스타트가 100여년 늦은 것이다. 여기에 6·25 전쟁으로 20년을 잃었고 1980년에야 겨우 국민 소득 2천불 시대에 접어들어 과학연구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가 현대과학을 시작한 것은 30년정도밖에 안된 것이다.

―미래 과학도에게 조언을 해달라.

“사리사욕이 아닌 인류 공헌을 위해 과학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서양에서 발전된 과학으로 누려왔다. 이제 우리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인류를 도울 수 있도록 목표삼아야 한다.”

▶T(Tesla)=자장(자석)의 단위. 1T는 1만G(가우스)로 나침반을 움직이는 지구자장은 0.2G다. 미국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에서 따왔다.

양진영기자/bothcamp@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