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 찾아갈거다" 통화...가짜신분증 제시 속아 현금 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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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직접 은행계좌로 입금하는 수법을 사용했던 보이스 피싱이 최근에는 기관 직원을 사칭한 범인들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건네 받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범인들은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 해당 기관의 직원 신분증을 위조하고 진짜 같은 가짜 인터넷 공공기관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피해자들을 속이고 있다.

22일 경기지방경찰청제2청 등에 따르면 남양주에 사는 A(여)씨는 지난 17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을 수원지방검찰청 수사관이라고 소개하고 “A씨의 금융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수사에 협조하라고 말했다.

그동안 경찰의 잇따른 수사로 밝혀진 뻔한 보이스피싱 멘트이지만 A씨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검찰 수사관이라고 밝힌 이가 알려준 법무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자신의 실명과 주민번호가 적힌 사건 내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사이트에는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실제 이름과 직인까지 찍혀 있었다.

과거에는 가짜 은행홈페이지를 만들어 보안카드 번호를 빼내던 수법이 보이스피싱에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가짜 검찰, 금융감독원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자들이 사건 관련 내용을 연람하도록 하는 수법이 사용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진짜 같은 가짜 홈페이지에 속고 자신의 사건이 실제 검색되는 사실에 또 한번 속는다.

또 범인들은 피해자 주변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통화내용이 관련 사건의 증거자료로 사용된다”며 녹취를 이유로 주변 소음이 없는 조용한 장소에서 통화하도록 유도한다.

통화과정에서 진짜 검찰청에서 전화를 건 것처럼 보이기 위해 동료 직원과 사건 내용을 대화하는 모습도 연출한다.

A씨는 “계좌에 있는 현금이 범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인지 확인이 필요하니 모두 인출해서 검찰 수사관에게 전달하라”는 말에 결국 속아 현금 5천만원을 찾아 수사관을 사칭한 이에게 전달했다.

남양주경찰서는 이날 A씨로부터 5천만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의 접선·전달책 이모(29ㆍ중국국적)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남양주의 한 마트 앞에서 피해자 A씨를 만나 가짜 검찰 수사관 신분증을 보여주며 돈을 가로채 달아나는 등 전화금융사기 범죄에 가담한 혐의다.

이씨는 “남양주에 간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사건 현장 일대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 돈을 가로채 도망가는 이씨의 모습을 포착했다.

피해자가 돈을 대포통장으로 직접 입금하도록 하는 수법을 사용하던 보이스 피싱 조직은 이제는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아 가로채는 수법을 사용 중이다.

이과정에서 검찰, 금융감독원의 신분증을 위조해 피해자에게 제시하며 안심 시킨다.

하지만 모두 가짜다.

경찰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들의 수법이 계속 진화하면서 피해자들도 계속 발생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모든 공공기관은 직접 만나 돈을 건네받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피해를 막기 위해 의심가는 전화가 걸려오면 경찰에 신고하고 은행에 직접 관련 내용을 확인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접선·전달책인 것으로 보고 다른 조직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송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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