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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10월27일 미국의 화학회사 듀폰(DuPont)이 전대미문의 합성섬유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석탄, 물, 공기로 만든 기적과 같은 신소재, 거미줄보다 가는데 강철보다 강하고, 비단보다 우수하다"고 광고했다. 20세기 100대 발명품 중 하나인 나일론(Nylon)이다.

듀폰은 앞서 1938년 2월 나일론으로 칫솔모를 만들어 인류를 돼지 털 칫솔에서 벗어나게 했다. 나일론을 세상에 널리 알린 상품은 여성용 스타킹이었다. 듀폰은 1940년 5월15일 나일론 스타킹을 만들어 팔았다. 당시 실크 스타킹이 59센트인데 비해 나일론 스타킹은 1달러25센트로 2배나 비쌌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백화점마다 나일론 스타킹을 사려는 여성들이 그야말로 긴 뱀처럼 줄을 늘어섰다. 여성들이 다리털을 제거하기 시작한 것도 나일론 스타킹 때문이었다. 나일론은 섬유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나일론의 등장에 천연섬유는 뒤로 밀려났다. 나일론은 세상을 천연섬유 시대에서 합성섬유 시대로 단번에 바꿔놓았다.

나일론은 '비운의 화학자' 월리스 흄 캐러더스(Wallace Hume Carothers·1896∼1937)가 개발한 상품이다. 하버드대 교수였던 그는 듀폰의 구애를 떨치지 못하고 듀폰으로 자리를 옮겨 합성고무 네오프렌을 개발한 데 이어 1935년 나일론을 탄생시켰다.

캐러더스는 듀폰의 공장 분위기를 싫어했다. "실험의 95%는 연필과 종이로 증명할 수 있으며 실제로 해 보일 필요는 없다"던 그는 실험실보다는 도서관에서 지냈다. 그는 과학 지식을 활용해 금전적 이득을 얻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과학자였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천재의 고독 때문인지 그는 늘 우울했다. 캐러더스는 여동생이 갑자기 죽자 우울증이 도져 나일론이 세상에 알려지기 한 해 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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