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석.png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의 한 연구팀이 15년생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실험을 했다. 실제로 동물의 지능적 한계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연구팀은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끝내 1백40여 개의 낱말을 가르쳤으며 침팬지는 알아들었다. 침팬지는 배운 낱말들을 자기 생각에 따라 결합해 사람에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침팬지가 맨 처음 표현한 말은 “나를 놓아 달라”는 낱말 조합이었다. 동물 역시 무엇보다 자유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실화다. 침팬지의 모습이 단지 사람을 닮아서가 아니라 자유를 원하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인간 역시 이 보다 더 많은 자유를 더 갈망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미국 독립혁명 지도자 패트릭 헨리의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 역시 침팬지의 자유 갈망론과 다르지 않다.

프랑스 전역에서 파리의 엘리제궁에 이번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일제히 내걸렸고 모든 나라와 우리나라 역시 애도의 분위기는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생존자와 파리 시민들은 “자유는 테러 보다 강하다”며 공포에 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바타클랑 극장 인근에서 자유를 향한 헌화가 이어졌고 추모 행렬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발길이 끊이지 않고 대만의 초고층 빌딩과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 명소에서 프랑스 국기와 같은 붉은색과 흰색 그리고 청색 조명 등으로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다. 알다시피 프랑스의 국기는 파랑, 하양, 빨강의 세가지 색으로 된 세로 삼색기로 그 중에서 앞의 파랑은 자유를 상징한다.

프랑스 시민들의 말대로 자유는 테러 보다 강하며 공포에 굴하지 않을 때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사실 그들 말대로 이제 테러와의 전쟁은 전세계적으로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선포된 것이나 다름없다. 프랑스인이 아니라도 테러 당일은 모두 프랑스인이었고 앞으로 테러와의 전쟁은 지구상 누구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에 지난 1월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 당시 널리 퍼졌던 ‘겁 먹지마’라는 구호가 다시 퍼지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언론사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한 당시의 사건은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인지 논란을 낳았지만 테러 직후 파리는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내가 샤를리다’라는 슬로건을 든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그 표현의 자유는 전세계인으로 부터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자유가 그 ‘무엇보다 낫다’라는 말은 성년이 된 어른들의 기억에 박혀있는 영어학습지의 고전격인 ‘성문종합영어’의 er +than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고전적인 그 학습법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란 문장으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에 언론의 자유와 비폭력주의, 여론의 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올 초 극대화 됐다. 사실 이 말은 영국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에드워드 불워조지 리튼이 오래 전 쓴 사극 ‘리슐리외 추기경’(Cardinal Richelieu)에 처음으로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캠브리지 사전 웹사이트 역시 이 말이 “사상과 글쓰기가 폭력이나 무력을 사용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리스 시인 에우리피데스도 “혀는 칼날보다 강하다”는 원초적인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자유를 사실상 처음 철학적 원리로 체계화해 세계 지성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는 영국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다. ‘자유론’(원제 On Liberty)은 전 세계 민주주의의 전범이나 다름없다. 물론 밀이 자유론에서 강조하는 자유는 생각의 자유다. 경험하다시피 일단의 자유는 모두의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게 그의 확신이고 밀은 의식의 내면적 자유, 취향과 탐구의 자유, 단결의 자유로 나누고 있다. 또 내면적 자유에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모든 문제에 관한 의견과 감각의 절대적 자유가 포함된다. 단결의 자유에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들어 있다. 이러한 자유가 없는 사회는 통치 형태가 어떠하든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밀은 웅변한다. 또한 밀은 자유의 원칙은 자유를 포기할 자유를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일은 이번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 테러범 가운데 2명이 난민으로 신분을 속인 것으로 드러나 유럽의 난민 정책이 또 다른 고비를 맞고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난민들에 고통을 양심의 자유에 반대한 일이다. 독재자들이 웃을 양심의 자유가 이런 행태로 발전되면 나머지 사상과 표현, 그리고 단결의 자유를 위협하게 된다. 자유를 지킬 수 있을 때 자유롭게 된다는 말과 다를게 없다는 뜻이다. 테러는 예전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악의 근본이다. 우리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테러에 겁먹지 않는 게 중요하고 제대로 된 자유를 위해 모양만 자유를 흉내 내는 아류의 자유를 경계해야 지켜 낼 수 있다. 자유는 그 모든 것보다 강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문기석 논설실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