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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도 팽목항에서 이렇게 속삭였다. “재난 현장 지휘권을 달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은 소방뿐이다” 그의 세치 혀에 경기(京畿)소방은 양단(兩斷)났다. 한강 남쪽은 도지사 직할이 됐지만, 북쪽 지휘권은 행정2부지사에게 떨어졌다. 7천 경기소방은 졸지에 두 장수(將帥)를 모시는 당나라 부대로 전락했다. 지휘선상에서 ‘부지사’를 찍어낸 그의 사사로운 욕망이 낳은 후유증은 심각하다. 불(소방관)과 물(공무원)을 섞어놓은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조직은 ‘따로국밥’이다. 재난안전컨트롤타워로 영입된 민간 전문가는 마인드컨트롤부터 해야 하는 신세다. 남부 청사 문패에 선명했던 ‘소방’은 아예 퇴출됐다. 빈 칸에는 ‘재난’이라는 불도장이 찍혔다. 남부 소방대원은 불끄는 ‘소방관’인지, 소·돼지 살(殺)처분하는 ‘재난관’인지 정체성까지 모호해졌다. ‘난세에 쓰는 칼은 따로 있다’(亂世之劍有別)며 난세를 탄 자(者)가 남긴 업보다. 경기소방의 골병은 깊어지고 있다.

그들은 ‘북(北)경필’이라는 이미지에 꽂혔다. “지금껏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밑져도 남는다” 그들의 이상론(異常論·이상한 논리)에 100년 도청은 쑥대밭이 됐다. 경제조직 전력(戰力) 8할이 2할 수요가 있는 곳에 배치됐다. 교통조직은 지옥에 쳐놨던 배수의 진을 허허벌판으로 옮겼다. 민원 있는 곳에 공무원이 있어야 하는 행정원리를 역행한 결과는 참혹하다. 포화상태였던 북부청사는 등 떠 밀려온 가족을 상가 건물로 토해냈다. 낼 모레면 정년인 30년 공무원들은 ‘수원↔의정부’ 통근버스 속에서 뼛골이 빠진다. 젊은피들은 하코방 같은 생활관에서 진을 뺀다. 도의회가 문을 열면 한 달에 한 번씩 수원행(行) 엑소더스가 일어난다. 진격의 북부는 화약고다. 얼치기 폭두(爆豆·어디로 튈지 모르는 콩)들이 남긴 유산이다. 도청 귀신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들은 이제 정부미로 철밥통을 깨자고 흔들어댄다. “시간이 없다. 덜 무능한 정부미로 더 무능한 철밥통을 부숴야 한다”(―도청 공무원은 기분 나쁘겠지만 무시하자) 그들의 ‘공무원으로 공무원 치기’는 도청을 결딴낼 기세다. 조만간 도청 안에 4그룹·19단·35사업팀으로 이루어진 친위조직이 만들어진다. 도청속에 ‘또 하나의 도청’이 생기는 것이다.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본 그들의 진단은 크게 틀리지 않는다. 아파트 필로티에 둥지를 튼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마을의 줄임말)이 한 곳이라도 있나? 따복주택 고작 몇 십호 지으려고 전략토지(공공용지)를 곳감 빼먹듯 하겠다는 것인가? 옛 서울농대 터는 목장을 만들려 하는 것인가? 빅데이터는 참고용으로 쓰려는 것인가?

문제는 처방이다. 무려 59명이나 되는 2~5급 공무원을 과연 겸직(兼職)시킬 수 있는 것인가? 친위대에 뽑히지 못한 나머지 9할을 시다바리로 만들 작정인가? 감사는 누가 받고, 도의회 보고는 또 누가할 것인가? 독립군 ‘완장’을 차게 될 6급 전담관은 무슨 수단으로 통제할 것인가? 또 하나의 도청이 실패하면 그때는 비밀조직이라도 만들 것인가? 친위대 설거지에 민선 6기를 몽땅 걸자는 것인가? 부지사와 동급 반열에 있는 자문단은 또 뭔가? 입은 다 풀었으니 이제 링에 올라 몸을 풀어보겠다는 뜻인가? 행정은 과학이 아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도청 조직은 대형 로펌이나 연구소처럼 될 수 없다. 난신적자(亂臣賊子)가 남긴 상처는 중상이긴 하지만, 적당한 타이밍에 회군(回軍)만 하면 자동 치유될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치세(治世)와 난세도 구분하지 못하는 진정한 폭두들이 남길 치명상은 치유불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다. 늦지 않았다.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한 프로젝트 조직은 꼭 필요한 만큼이면 충분하다. 도정(道政)을 분탕질하는 “누구냐 넌” 

한동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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