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신분증 언제든 구입 가능...외국인거리 유흥 즐기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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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6일 수원에선 전 국민을 경악케 한 ‘박춘풍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조선족인 박씨는 동거녀를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다. 잔혹한 범죄에 국민들이 공포에 떨었지만 우리를 더욱 놀래킨 사실은 그가 6년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생활했다는 점이다. 박씨는 2008년 다른 사람 명의의 소위 ‘위명여권’을 이용해 국내에 입국했지만 행정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최근에는 박씨처럼 살인사건을 저지른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해외로 도피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중부일보는 박춘풍 사건 1주년을 앞두고 3차례에 걸쳐 현 불법체류자 문제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해본다.

영세 제조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화성 향남·발안, 안산 원곡동, 수원역은 전국에서 불법체류자들이 가장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들 불법체류자들은 행정당국의 허술한 감시 아래 아무런 불편 없이 의식주는 물론 유흥까지 즐기며 생활하고 있다.

23일 법무부의 ‘2014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의 불체자는 2012년 17만7천여명, 2013년 18만3천여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77만9천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10명 중 1명(11.2%)이 불체자인 셈이다. 같은 기간 도내 외국인 체류자는 35만여명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불체자 현황은 추정조차 못 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께, 수원역 인근 상점에선 50대 조선족 불법체류 여성 김혜은(가명)씨가 장사를 하고 있었다. 김씨는 16년 전 한국인과 결혼한 딸을 따라 입국한 뒤 수원에 살면서 10년째 불법체류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번도 단속된 적은 없다. 그가 중국에 돌아가 비자갱신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체자로 살아도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에 사는 아들이 매년 손자들과 함께 한두번씩 한국에 들어와 얼굴을 보는 데다 딸이 매달 40~50만원씩 주는 용돈으로 같은 조선족 친구들과 만나 밥도 먹고 여행도 다니는 등 남부럽지 않은 한국생활을 보내고 있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가게 반경 1㎞ 이내에는 조선족들이 많이 몰리는 중국인 거리가 형성돼 있다. 이곳에는 김씨와 같은 불체자를 포함해 중국인들이 대거 모여 생활한다. 중국어 간판이 빼곡해 한글이 어색한 이곳 거리는 밤마다 술에 취한 조선족들로 붐비고 있다.

이곳에서 방을 구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실제로 이날 중국인 거리에는 월세방 세입자를 구하는 전단지에 ‘중국교포 환영’이라고 적힌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월셋방은 보증금 100만~300만원, 월세 20만~30만원만 내면 신분확인 절차없이 쉽게 구할 수 있다. 취재진이 한 군데에 유선상으로 불체자 신분인에도 방을 구할 수 있냐고 문의하자 집주인은 “미리 월세만 내면 상관없다”고 답했다.

불체자들은 일자리도 구할 수 있다.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받아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 영세한 공장에 취업하고 있으며 위조신분증도 돈만 주면 언제든 구입이 가능하다.

범법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술집이나 식당, 길거리에서 흉기시비를 벌여 경찰이 출동하면 불체자들은 며칠간 잠적했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인 거리를 중심으로 불체자들은 불법 송금과 매춘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한다. 인근 식당가 주인들은 “중국인 거리가 형성되면서 불체자들이 다른 외국인들과 뒤섞여 매일 돌아다닌다”며 “이들은 유흥가에서 여성접대부를 불러 술을 마시는 등 거리낌없이 생활한다”고 귀뜸했다.

이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불체자들이 어디에 거주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데다 이들을 단속할 인력도 부족해 실질적으로 적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종대·조철오기자/pjd30@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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