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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작년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의 장기화와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그러나 내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급격히 불어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가계빚 올해 1천200조원대 돌파하나

올 들어 가속화한 가계부채 증가추세로 볼 때 가계 빚 총량이 올해 안에 1천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4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은 1천166조원으로 2분기 말보다 34조5천억원 늘었다.

지난 7∼9월 월평균 1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런 추세가 4분기까지 이어지면 전체 가계부채는 올해 1천200조원을 돌파할 공산이 커진다.

올해 3분기에도 가계빚 증가를 주도한 것은 부동산 활황세와 맞물린 주택담보대출이다.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과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기금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은 20조4천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2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20조7천억원)보다 약간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분기 기준으론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처럼 가계 부채가 늘어난 것은 작년 8월 이후 4차례 단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이 크다.

기준금리가 연 1.5%로 떨어지면서 대출 부담이 크게 줄었다.

작년 8월 이후 시행된 주택담보대출(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이런 가운데 전셋값 상승과 전세의 월세 전환이 확산하면서 가계의 주택 매입을 부추긴 결과가 가계빚 증가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급증

제2금융권의 가계 대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 대출은 올 3분기에 6조3천244억원 늘었다.

이는 2014년 2분기(6조3천539억원) 이후 5분기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올해 1분기에는 1조5천억원에 불과했지만 2분기에는 5조원을 기록하는 등 계속 커지고 있다.

제2금융권은 보통 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높고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이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 부채는 신흥국 중 최고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18개 신흥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84%로 가장 높다.

게다가 가계 대출과 경계가 모호한 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하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기업대출 통계에 포함돼 가계신용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한 실제 가계 부채가 1천600조원을 넘고 이 중 700조 원가량을 자영업자 가계부채로 추정했다.

◇ 미국 금리인상, 가계부채와 맞물려 한국경제에 큰 부담될 수도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유의해야 하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 금융 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3월 말 현재 138.1%(추정치)로 작년 9월 말 135.4%보다 2.7% 포인트 올랐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올해 3월 말 현재 226.7%로 작년 9월 말보다 3.8%포인트 상승해 건전성이 개선됐다.

그러나 가계부채는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 악재와 맞물려 한국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그동안 고용지표 등의 호조를 감안해 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국내 가계부채 문제와 맞물려 부정적 영향을 키우면서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한국은행은 외국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시차를 두긴 하겠지만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난 9월부터 이런 가능성을 예측해 대출금리를 조금씩 올리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대출 금리가 오르면 저신용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가계가 받을 타격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 가운데 고정금리 유형은 29.7%에 불과하다.

가계부채가 계속 불어나면 결국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준협 실장은 "가계는 보통 원리금 상환 후 남는 돈으로 소비하게 되는데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소비위축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며 "내수부진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가계부채가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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