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작심한 듯 국회를 향해 한 마디 했다.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면서 자기 할 일은 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함축해 보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이대며 정쟁만 일삼고 국민들의 편의를 위한 각종 입법 지연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한 일이다. 비단 대통령의 뼈아픈 지적이라서가 아니다. 국회의 이러한 태도는 늘 국민들에게 비판받아 온 터다. 그러니까 국회의원 각자가 받는 수혜와 일하는 강도를 들여다 보면 도무지 비교가 안 될 정도라서 하는 말이다.

지금 묻혀져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이 대표적이다. 무슨 할 일이 그렇게 많다고 시급한 이런 법안들을 이제나 저제나 하고 미루고 있는가 말이다. 공익광고로 국민들이 매일 보고 있는 상황에도 국회는 움직일 줄 모른다. 입만 열면 국민들을 위한다면서 왜 이렇게 꾸물거리는가 하는 문제다. 박 대통령 말대로 백날 우리 경제를 걱정하면 뭐하겠는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도리라는 대통령의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알다시피 이러한 법안은 천천히 돌아다 볼 여유가 없다.

그래서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면 우리 경제에 가중될 어려움을 감당하기 어려워 하는 말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회가 다른 이유를 들어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야말로 지금의 이 사태가 국회의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는 강경한 대통령의 지적이 아니라도 꼭 들어맞는 분위기어서 하는 말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에 마치 기회를 놓쳐 우리 경제가 더욱 어렵게 되면 그때 모두가 나서서 정부를 성토하고 책임을 묻는 때가 올 것을 염려하는 것에서 국한된 주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상황과 맞물려 만일 일이 그르치는 날에는 모두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란 점이다.

법안처리가 늦어 정부가 일할 기회를 놓친다면 그 책임은 국회에 당연히 있어야 한다. 물론 지금부터 결과론을 예상해 책임 넘기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는 정치권과 국회, 각 지자체, 국민들 모두가 힘을 합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지적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 안 된다. 이미 국제사회 역시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럼 서비스산업 발전이 중요하다는 데 정상들 간 공감대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에서라도 서비스규제 개선의 핵심인 경제활성화 관련 4개 법안은 반드시 정기국회 내에 통과돼야 한다. 박 대통령의 강도 높은 지적을 이번에도 흘려 듣는다면 다음 차례는 국민의 심판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중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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