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묻지마 구매'] (下) 사전검증 시스템 만들자
국회 사무처는 3년전 도입때 시행...특혜·끼워팔기 등 의혹 원천봉쇄
신기술·공법 도입 사업 진행땐 설계·공사 분리시스템 구축해야

국회 사무처는 2012년 15억원을 들여 구내방송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4천800만원 별도로 투자했다.

소속 공무원이 신기술이 결합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국회 사무처는 기존 시설에 대한 조사, 디지털시스템 통합설계 등 전 분야를 낙찰 업체에게 맡겼고, 이를 토대로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장비를 정한 후 다시 공개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시스템 설계와 공사(장비 납품 포함)를 나눠서 진행함으로써 ‘특혜 논란’, ‘끼워팔기’ 등과 같은 비리 의혹은 물론이고 혈세가 낭비될 수 있는 틈새를 봉쇄한 것이다.

비(非)전문가인 공무원이 복수의 업체에 의뢰해서 받은 제안서와 견적서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르거나,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신기술, 신공법을 도입하고 있는 관행과는 비교되는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다.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 기업도 자체적으로 검증하기 힘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경우 별도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데 반해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비교견적, 벤치마킹에 의존하는 전근대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의회 사무처의 경우 최근 2억원이 들어간 본회의장 HD방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른 지역 의회를 벤치마킹했고, 비교견적서를 받아서 장비를 구입한 탓에 각종 비리 의혹과 예산 낭비 논란에 휩싸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기도와 도의회 사무처가 각각 29억원과 23억원이 들어가는 HD방송시스템 구축 사업 추진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개선책부터 마련키로 한 것은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도의회 관계자는 24일 “사업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기로 했다”면서 “장비만 납품받아 구축하려던 계획에서 용역을 통해 시스템부터 설계해 놓고 공개 경쟁을 통해 장비를 구입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기술, 신공법 등이 적용되는 사업의 경우 설계와 공사를 분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만 조달청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전문위원은 “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을 진행할 때 정말 특별한 기술,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지 않을 때는 특정 규격·모델·업체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교적 예산이 많이 투입되거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입찰을 할 때에는 설계용역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감사부서 관계자도 “사업을 발주하는 담당 공무원이 민간 업계의 자문을 받고 입찰을 추진할 경우 특정 업체를 찍었든, 아니든 특혜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며 “사전에 오해를 사지 않도록 설계용역을 진행한 다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지호기자/kj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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