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묻지마 구매'] (下) 사전검증 시스템 만들자
국회 사무처는 3년전 도입때 시행...특혜·끼워팔기 등 의혹 원천봉쇄
신기술·공법 도입 사업 진행땐 설계·공사 분리시스템 구축해야
소속 공무원이 신기술이 결합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국회 사무처는 기존 시설에 대한 조사, 디지털시스템 통합설계 등 전 분야를 낙찰 업체에게 맡겼고, 이를 토대로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장비를 정한 후 다시 공개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시스템 설계와 공사(장비 납품 포함)를 나눠서 진행함으로써 ‘특혜 논란’, ‘끼워팔기’ 등과 같은 비리 의혹은 물론이고 혈세가 낭비될 수 있는 틈새를 봉쇄한 것이다.
비(非)전문가인 공무원이 복수의 업체에 의뢰해서 받은 제안서와 견적서 가운데 한 가지를 고르거나,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신기술, 신공법을 도입하고 있는 관행과는 비교되는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다.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 기업도 자체적으로 검증하기 힘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경우 별도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데 반해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비교견적, 벤치마킹에 의존하는 전근대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기도의회 사무처의 경우 최근 2억원이 들어간 본회의장 HD방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다른 지역 의회를 벤치마킹했고, 비교견적서를 받아서 장비를 구입한 탓에 각종 비리 의혹과 예산 낭비 논란에 휩싸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기도와 도의회 사무처가 각각 29억원과 23억원이 들어가는 HD방송시스템 구축 사업 추진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개선책부터 마련키로 한 것은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도의회 관계자는 24일 “사업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기로 했다”면서 “장비만 납품받아 구축하려던 계획에서 용역을 통해 시스템부터 설계해 놓고 공개 경쟁을 통해 장비를 구입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기술, 신공법 등이 적용되는 사업의 경우 설계와 공사를 분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만 조달청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전문위원은 “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을 진행할 때 정말 특별한 기술,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지 않을 때는 특정 규격·모델·업체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교적 예산이 많이 투입되거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입찰을 할 때에는 설계용역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감사부서 관계자도 “사업을 발주하는 담당 공무원이 민간 업계의 자문을 받고 입찰을 추진할 경우 특정 업체를 찍었든, 아니든 특혜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며 “사전에 오해를 사지 않도록 설계용역을 진행한 다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지호기자/kjh@joongboo.com
관련기사
- 신기술 '묻지마 구매'...'호갱님' 취급당하는 까막눈 공무원 23일 열린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의 도의회 사무처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최근 본회의장에 설치한 2억원 대 HD급 방송 장비 구입 과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짜고치기’, ‘끼워팔기’, ‘혈세 낭비’ 등과 같은 전형적인 비리 사슬 의혹이 꼬리를 물었지만, 담당 공무원 입에서는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는 답변만 나왔다. “2천만원에 살 수 있는 카메라를 8천200만원에 구입했다”는 추궁이 이어졌지만, “해외 직구 가격이다. 기술·품질지원 등이 제외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의회 사무처가 이처럼 비리 의혹에 휩싸이게 ...
- '경기도의원 의정활동 지원' 사무처, 행감 마지막날 곤혹 경기도의회 사무처가 최근 2억원 대의 영상촬영 및 송출장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판매처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납품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마지막 날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의회 운영위원회는 23일 도의회 사무처가 본회의장 방송설비를 HD급으로 구축하기 위한 입찰공고를 내는 과정에서 특정업체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만 설치할 수 있도록 해 특혜를 제공했고,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승철(새누리당·수원5)의원은 “특정 업체들과 미리 협약을 맺어 해당 업체가 아니면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