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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가 밝았다. 국가와 국민 모두 계획한 바들이 뜻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경제 상황도 호전돼 국민들의 삶이 풍요롭게 되고, 주변에 희망적이고 기쁨이 넘치는 소식으로 즐거운 하루하루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올해도 역시 여러가지 어려운 일로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걱정을 떨칠 수 가 없다. 위헌으로 선거구 획정을 위한 선거법이 작년말까지 개정돼야 하는데도 정치권의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선거구 자체가 없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됐다. 한·일간의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으나 이해당사자 분들의 마음에 와 닿는 결과는 도출하지 못했다고도 한다. 협상과정에 이해당사자분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상대국가와의 협상 문제이고, 협상 진행 상황이 알려질 경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이해당사자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거국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해당사자와 함께 대안을 마련하고, 언론도 최종 협상이 타결될까지는 보도를 유예해 합리적이고 실질적 효과가 있는 협상이 되도록 협조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정책 추진에 있어서(예를 들면 주택개발사업,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등) 사전 누출에 따른 사업추진상 애로 발생, 타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사업내용을 사전에 공개하지 아니했고, 그리고 직접 이해당사자(토지소유자 등)를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했다. 그 결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했고, 사실적으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거나 백지화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지금은 정보통신의 발달과 높은 시민의식으로 비공개적이고 배타적인 정책추진은 성공할 수 가 없다. 아무리 정책내용을 비밀로 한다고 해도 인터넷 등 SNS를 통해 순식간에 정보가 공개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이 배제된 정책은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종국적으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결과만 초래한다. 따라서 이제는 정책추진 방식을 획기적으로 시대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정책 추진자들의 공개적이고 투명한 정책추진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전공개를 금지하고 배타적으로 정책을 수립·집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령들을 정비해야 한다. 각종 법령에 명시돼 있는 이러한 조항들을 샅샅이 찾아 삭제함으로써, 공개행정의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함께 해결하려는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호간에 이해와 협력을 토대로 해결해 나아가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겪는 일이지만, ‘남은 나와 다르다’고 이해하기 보다는 ‘저 사람은 왜 저래?’ 하고 남이 나와 같지 않은 것을 탓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영원히 섞이지 않을 것 같던 물과 기름을 서로 묶어주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섰다고 한다. 물과 기름은 분자간에 결합하는 성질이 달라서 자연 상태에서는 섞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섞이지 않는 성질간에도 과학기술을 이용해 결합하는 시대이다. 그런데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만 한다면 우리는 물과 기름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럼 이질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화합시킬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일까?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만나야 한다.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 놓고 해결될 때 까지 토론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서 차기 회의 날짜도 정하지 않고 헤어지지 말고, 즉시 협상을 재기해야 한다. 국민들이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책결정자들과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만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인국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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