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칼바람에 취업난까지...인생 한방 꿈꾸는 서민 늘어
"소득은 그대로인데 집값만 뛰어"...30대 가장들도 복권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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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4일 오전 11시께 수원역 인근 한 복권판매점.

로또 1등과 2등이 여러 차례 나왔다는 33㎡ 정도의 좁은 공간에는 복권을 사려는 10여명의 사람들이 문 밖까지 줄을 서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복권판매점에는 남녀노소 펜 끝 하나에 로또 1등 당첨의 ‘한방’을 기대하는 모습이 만연했다. 말끔하게 차려 입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나온 한 20대 남성은 여자친구와 대화를 하며 복권을 구입했다.

한 50대 중년 남성은 “저번처럼 주세요”라고 말하며 복권 5개를 건네받고 있었다. 노련한 분석가도 있었다. 한 60대 노인은 옷 안 주머니에서 숫자 패턴을 분석한 종이를 참고하며 로또 번호를 찍기도 했다.

인계동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는 김모(63)씨는 “최대한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군데를 돌고 있다”며 “내 아들은 돈 아깝다고 사지 말라고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 않냐”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20대도 자주 눈에 띄었다. 최근 서빙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는 최모(24)씨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 시장만 전전하는 친구들이 많다보니 복권 당첨의 꿈을 꾸는 것 같다”며 “취업만 잘 된다면 복권에 의지하는 20대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토로했다.

같은날 오후 2시께 용인시 풍덕천동 한 복권방에도 약 15분간 20여명이 방문했다. 용인시 구갈동에 사는 장모(44)씨는 “자영업을 하다 망해서 3년 전 작은 회사 경비로 취업했는데 최근 권고사직을 당해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며 “당첨되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로또만 당첨되면 인생역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주 무리해서라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불황의 늪’에 빠진 서민들이 로또 1등 당첨의 부푼 꿈을 안고 복권방으로 몰리고 있다. 예년보다 2배 가량 손님이 더 늘었다는 게 복권방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화성 병점동에 사는 이모(38)씨 역시 “소득도 오르지 않고, 집값도 뛰는 상태에선 복권 당첨만 유일한 희망”이라는 생각에 인근 복권방을 찾았다. 그는 “적은 월급이나 퇴직금으로는 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보니 로또 같은 한방을 찾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서민들이 복권을 통해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한방주의는 경기불황이라는 국내 경제상태와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장기간으로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권에 기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발표한 ‘2015 상반기 복권 판매동향’에서도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1조7천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천500억원이나 상승했다.

용인시 기흥구에서 로또방을 운영하는 김모(36)씨는 “평소 아내와 교대로 근무하는데 최근엔 손님이 많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둘이 같이 근무하고 있다”며 “연초가 돼도 실물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복권에 몰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민주기자/km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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