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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재직 때 일이다. ‘북핵 위협에 맞서 평화의 핵을 갖자’는 보도를 두 차례(2013년 4월9일자 1면 톱, 2015년 3월11일자 1면 톱) 했다. 新경기운동중앙회(총재 임완수 중부일보 회장)와 함께 이러한 주장을 폈다. 보도 후 지인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생뚱맞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동안 우리의 핵보유 문제는 거의 금기시 되다시피 했고, 북한의 잇단 핵 실험에도 국민 사이에서 ‘핵을 갖자’는 목소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엔 평화의 핵 개발을 공론화시키는 게 적절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어제(7일) 오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최고회의서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 발표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자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북한이 계속 우리 머리에 핵무기라는 권총을 겨누고 있는데 우리가 언제까지 계속 제재라는 칼만 갖고 있을지 답답한 상황이다.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에 맞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정훈 정책위 의장도 “차제에 동북아시아에서 우리 한국만 핵 고립화 돼 있는 문제를 심각히 검토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독자적인 핵 보유를 주장해 왔다. 여당 지도부의 공개적인 평화의 핵 보유 주장을 계기로 1992년 한반도 비핵화선언 채택 이후 한국에서 철수됐던 ‘전술핵 재배치’ ‘평화의 핵 무장론’을 공론화해야 한다.

북한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부터 지난 10년간 4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그때마다 대통령과 정부는 ‘단호한 대응’과 ‘강력한 응징’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공허한 구호에 그쳤고, 실질적인 제재가 없는 사이 북한은 핵 관련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심지어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자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도발행위”라며 강경한 입장을 냈지만 오히려 천안함·연평도 도발이 연달아 터졌다. 우리 정부의 경고에도 북한은 눈 깜짝 않았다. ‘단호한 대응’ ‘응징’은 수사(修辭)에 불과했다. 단호한 응징과 대응이 필요하지만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긴급 소집된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실효성 떨어지는 유엔을 통한 대북제재라는 과거의 패턴을 반복했다.

그동안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때마다 결의안과 의장성명을 채택했으나 북 결의안은 별 효과를 못 본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북한은 핵실험 후 성명을 통해 “첫 수소탄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이로써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의 전열에 올라서게 됐다. 핵개발 중단이나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이런 와중에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 제재에 기대할 수 없다. 북한 핵 개발과 보유에 따른 1차 피해는 우리에게 온다. 더 늦기 전에 자위권 보호차원에서 평화의 핵 보유를 공론화 하자.

핵무장한 북한과 핵이 없는 남한 사이에 전력균형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와 함정, 최신 무기를 보유한다 하더라도 핵폭탄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우리 안보는 그 누가 지켜주지도 대신할 수도 없다. 결국 북핵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국가생존을 위한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핵무장에 나서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안보를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경제제재도 감수해야 한다. 안보가 무너지면 경제성장도 복지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가 존망이 달린 심각한 안보위협에 대응한 불가피한 조치고, 북핵 폐기와 동시에 우리 핵무기 역시 폐기한다는 ‘조건부 핵무장’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설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프랑스를 교훈으로 삼자. 1960년대 핵무기를 개발할 때 미국과 유엔 등에서 반대하자 프랑스는 “미국이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핵실험에 돌입했다고 한다. 우리도 국제사회에 우리 자위권 차원에서 핵개발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국제사회를 설득시키자. 여기에는 진보·보수,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한다. 국가 안보를 지키는 일은 우리의 목숨을 지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김광범 본보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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