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발견된 전단 14만장...지난달 20일부터 남부도 피해
수원에선 빌라 물탱크 파손...市 "주민불편 해소 위해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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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삐라 폭탄’이 연일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자칫 인명사고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대남 전단이 한강을 넘어 수원 한복판까지 날아오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전단 회수는 ‘안보’라는 이유로 경찰, 군, 국정원 등 안보당국에서 처리하면서 삐라 폭탄의 피해 보상은 자치단체와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

아직까지 다행히 삐라 폭탄으로 인한 큰 재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2일 수원에 떨어진 삐라 폭탄은 물탱크가 파손될 정도의 위력을 보여 만에 하나 인명피해로 이어질 경우에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삐라 폭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수원 한복판까지 날아온 ‘삐라 폭탄’ = 북한의 대남 전단이 경기지역에 살포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2일부터로 알려졌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정부가 지난달 8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하면서, 북한은 이에 대한 조치로 삐라를 살포하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18일 브리핑을 통해 일주일 만에 100만장을 살포됐다고 밝혔다.

이날 현재까지 경기지역에서 발견된 전단만 약 14만장에 이른다.

지난달 13일 파주시 광탄면에서 50여장이 발견된 데 이어 같은 날 의정부시 호원동에서도 3천여장이 발견됐다. 이후 동두천, 고양 등 경기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발견되던 삐라는 지난달 20일부터 경기남부지역에서도 잇따라 발견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25일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의 한 공장 단지에서는 2만3천여장의 삐라가 무더기로 발견됐고, 2일에는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과 이목동에서 각 3만여장씩, 이의동 광교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5천여장이 발견돼 회수 조치됐다.

또 같은 날 고양시 일산동구 한 도로에서도 삐라 1만5천여장과 CD 18장도 발견돼 군부대로 인계됐다.

이들 삐라들은 주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4차 핵실험을 홍보하는 문구가 담겼고, 미국에 대한 비난도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13일부터 북한에서 거의 매일 삐라를 내려 보내는 것 같다”며 “삐라를 매단 풍선 등이 바람을 타고 내려오던 중 터지면서 뭉텅이로 떨어졌거나, 오작동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속출하는 피해 … 보상은 관할 지자체? = 이날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의 4층짜리 빌딩 옥상에 떨어진 3만장의 삐라 폭탄으로 추락하면서 물탱크와 바로 아래 위치한 가정집의 베란다 유리가 깨졌다.

물탱크는 재활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반파됐고, 안에 담긴 4톤 이상의 물이 떨어지면서 발코니 지붕유리 4장도 산산조각 났다.

이 때문에 빌라에 거주하는 10세대의 주민들은 새벽부터 물이 나오지 않는 피해를 입었고, 파손된 물탱크 등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입주민 김모(34)씨는 “물탱크가 파손되면서 보온시설도 파손돼 난방 작동이 멈춰버려 추운 날씨에 힘든 상황이었다”며 “계단에 떨어진 물도 얼어붙어 집을 오르내리기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현장에 나온 수원시 재난관리과 직원들도 난처했다.

삐라로 개인 재산이 피해를 입어 보상했던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와 비슷한 보상 근거와 사례가 없어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하지만, 주민들의 불편이 장기화되지 않고 금전적 부담이 없도록 시 차원에서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국민안전처와 경기도에 전화를 걸어 ‘복구비용에 재난관리기금에 투입하겠다’며 문의했지만, 안보와 관련됐기 때문에 재난관리기금의 성격과 다르다며 불가하다는 입장을 받았다.

또 국방부와 통일부에도 관련 보상대책을 문의했지만 ‘삐라로 발생한 개인 재산을 보상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시는 물탱크 교체와 지붕보수 비용 등 300여만원을 차후 논의하기로 하고 우선적으로 조치를 취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복구에 투입된 예산은 지역사회 협력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내려 보낸 삐라로 벌어지는 개인 재산 피해를 관할 지자체에서 해결해 주고 있는 상황인데, 피해 규모가 더 크거나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개인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대남 전단지로 시민들이 입은 재산피해 보상 문제는 관계기관의 충분한 협의 속에서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과 순발력 있는 대응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삐라 폭탄’ 인명 피해 우려 = 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수원시 한 빌라에 떨어진 3만여장의 뭉텅이는 물탱크를 반쪽으로 파손시켰다.

명함크기 만한 전단 1장의 무게를 1.5g으로 가정할 경우 3만장이 담긴 덩어리는 45kg으로 계산된다.

지난해 10월 용인시 한 아파트 18층에서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아 20대 여성이 숨졌던 사고에서 한 연구원은 1.8㎏ 벽돌이 50m 높이(아파트 18층)에서 떨어지면 108㎞/h 속도라고 추정했다.

이 계산방식을 도입할 경우 45㎏의 삐라 3만여장은 216㎞/h로 환산된다.

이 속도로 떨어지는 낙하물에 사람이 맞을 경우 그 즉시 치명적인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삐라의 무차별적인 살포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방부 등 정부 당국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달 고양시에서 차량이 파손된 경우에도 보험사에서 자차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정자치부 등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이와 관련된 업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호기자/kj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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