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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과 함께 민족의 명절로 불리는 설 연휴가 끝났다. 대부분은 오랜만에 친지와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겠지만,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에게는 꽤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 청년세대의 어려움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문제였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 사회는 아무도 점점 줄어드는 인간의 노동시장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결국 10~20년전에는 대기업에 입사하고도 남을 스펙의 청년들이 마치 능력이 없어서 취업을 못한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 됐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서 기업에 일자리 확보를 독려하고 시간제 근무까지 도입해가며 일자리 나눔(?)에 나섰지만, 공공영역의 일자리 확보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무의미한 대책일 뿐이다.

우리가 문명을 포기하고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인간이 하던 역할은 점점 더 기계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현재의 기술사회에서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기업에게 최고의 생산성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마 사회가 이대로 흘러간다면 10~20년 뒤 취업 전선에 뛰어들 우리의 자녀에에는 지금보다 더 어렵고 막막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한 번도 앞으로 더욱 악회될 노동시장 문제와 이로 인해 촉발될 수 있는 경제 붕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최근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소 사회주의적인 느낌을 주는 샌더스의 공약이 정말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이 샌더스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어쩌면 이번이 어두운 미래를 바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 때문일 것이다. 우리도 이제 4·13 총선이 불과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몇년 뒤면 대통령 선거가 돌아온다. 부디 이번에는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보다는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정치인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호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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