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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날을 하루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를 쐈다. 거듭된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 동북아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를 우롱하듯 김정은이 이번엔 ‘미사일 도발’ 카드를 내밀었다. 핵실험을 강행한지 1개월만에 미사일발사가 강행됐다는 점에서 전세계는 우려스러워 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를 반복한 것은 그동안 이뤄진 국제사회의 대북체제가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방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책을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와는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이 정권 유지를 위해 대외적으로 핵 무장력을 강화하려한다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또 5월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체제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도발은 반복될 것이다. 북한은 남한의 방어태세를 시험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해 언제든지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는 입장이 고작이다. 매번 반복해왔던 것처럼 규탄과 철회 요구 등 공허한 주장에 그쳤다.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도발은 우리로 하여금 심각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도록 하고 있다. 북한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대한민국은 초토화될 수 있는 현 상황에 언제까지 국가안보를 동맹국에만 의존해야하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의 핵은 대한민국이 현재 해결해야 하는 최상급 현안문제다. 미국은 한국이 핵우산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북의 핵위협이 현실화될 때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까지 조치가 이뤄질지 의문이 든다. 또 핵우산 사용을 결정할 때 하국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될지도 회의적인 시각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북이 도발을 일으킨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대한민국과 국민이 될수 밖에 없다.

설명절을 보내는 국민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때마다 정부가 취하는 조치는 확성기가 고작이다. 대북 확성기 발송 제재가 작은 대응카드가 될 수 있지만, 북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 등 동맹국에 대한 상대적인 높은 기대도 제대로된 카드는 아닌듯 싶다. 미국은 대한민국의 동맹국이자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나라이고, 중국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은 효율적으로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끊임없이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하면서도 대화와 타협만 주장해왔다. 강도높은 북한 제재에는 항상 발을 뺐고, 미사일 발사이후에도 ‘유감’이라는 짧막한 내용만 발표했다.

이제 우리 스스로 힘으로 북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비상 자위 수단을 찾아야 한다. 주권국가가 생존하기 위해 갈 수밖에 없는 길이고 그 길로 가야만 미국과 중국을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다. 수소폭탄 실험에도 강력한 제재를 하지 못한 대한민국이 이번에도 또 북한의 핵 놀이에 끌려간다면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 커져만 갈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 핵무장론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절박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보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서도 젊은층들 사이에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조사한 ‘대한민국의 핵보유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찬성(54%)이 반대(38%)응답보다 16%포인트 높게 나왔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에 역행하는 목소리지만, 국가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하는 행태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발사 강행은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정부는 국제 공조에만 기대지 말고 미국과 일본 등과 협력해 실효성 있는 제재와 대비에 나서야 한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시작으로 모든 조치를 검토·실행해야 할때다. 우리에게도 어려운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고, 그 중심에는 국민의 안전과 목숨과 연결된다는 점을 정부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엄득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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