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전 국회의원(이하 존칭 생략)은 수원이 낳은 대표적 인물이다. 재정경제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3선 국회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원내대표…. 대충 간추린 그의 이력만 봐도 ‘꽃’처럼 화려하다. 7선 국회의원과 제1무임소장관을 지낸 故 이병희 전 의원 이후 수원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힘도 있고, 의지도 강해 국회의원 시절 굵직굵직한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섰다. 법안을 발의하고 동료의원을 설득해 수원군비행장 이전 추진, 경기고법(현 수원고법) 유치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러한 활동에다 정치인으로서의 감각까지 더해져 경기도지사 후보에 두 번이나 뽑혔지만 지금은 야인(野人)이다.

때문에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수원지역 사회에서는 김진표 행보에 관심이 많다. 출마가 확실한 그의 선택에 따라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후보 간 희비가 엇갈릴 만큼 파괴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김진표가 영통에 출마한다는 말이 빠르게 돌고 있다. 여론 떠보기인지 진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올 초부터 영통 출마설이 확 퍼졌다.

영통 선거구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많이 모여 사는 탓에 젊은 유권자가 수원의 여타 선거구보다 유독 많아 야당에 유리하다. 교육에 관심이 높은 젊은 학부모가 많은 지역이다. 영통에서 집권 여당이 힘을 못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총리를 지낸 그는 젊은 학부모들의 표심을 잡고 수원의 정치 거목(巨木)이라는 현실이 보태지며 영통에서 세 번의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김진표는 영통에서 두 번의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놨다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져 후보가 안 되자 국회에 낸 사퇴서를 슬그머니 거둬들인 과거가 있다. 그 후 영통에서 국회의원에 세 번째 당선 됐지만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또 사퇴했다.

그동안 수원 정가에서는 김진표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 여부에 찬반이 엇갈리는 말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김진표의 국회의원 출마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용퇴론도 있지만 수원뿐만 아니라 국가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국정 중심에서 일 했던 풍부한 경험과 경륜, 당(黨)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대과 없이 마친 정치 감각까지 갖춘 흔치 않은 인재(人材)다.

그러나 김진표의 영통 출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선거판에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냉정하지만 김진표의 영통 출마는 명분이 없다. 경기도지사라는 야망을 좇기 위해 두 번이나 국회의원직을 던진 지역이다. 영통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배 정치인도 있다.

출마한다면 수원의 혐지(嫌地)를 선택하라. 수원 선거구가 한 석 늘어나는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영통과 광교로 선거구가 나눠질지, 팔달 선거구가 두 곳으로 나눠질지 알 수 없지만 수원에 새로 생기는 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혐지다. 총선이 코앞인데 야당이 쪼개져 당(黨) 상황도 녹록지 않다. 프레임이 바뀌는 큰 변화가 없다면 20대 국회의원 선거는 일여다야(一與多野) 상황에서 치러지게 돼 야당 입장에서는 절대 불리하다.

김진표에게 넓게, 크게 보라고 권한다. 영통 출마설을 흘리고,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선당후사 정신에도 어긋난다. 내가 아는 김진표는 수원의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린다. 영통 지역구 민원이 아니더라도 동분서주하며 해결에 앞장섰다는 일화를 많이 들었다. 때문에 김진표는 수원의 어느 선거구에서도 먹힐 수 있는 블루칩이다. 혐지에 출마해 수원의 총선 판도를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꿀 선대본부장,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라.

그동안 수원은 야당에게는 척박한 밭이었다. 이제 씨앗이 뿌려지고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옥토와 꽃밭으로 일구는 농군(農軍) 역할을 김진표가 해야 한다. 가시밭길을 찾아나서는 것이 성패를 떠나,여야를 떠나 수원의 큰 어른으로 남는 길이며 존경받는 일이다. 이미 만들어진 영통 ‘꽃밭’은 쳐다보지도 마라. 김광범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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