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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와 ‘멘토’의 차이는 선명하다. 첫째, 가르치는 방법이 다르다. 멘토는 요청하면 조언해준다. 꼰대는 시도때도 없이 충고한다. 둘째, 시대정신이 다르다. 멘토는 미래를 말한다. 꼰대는 과거만 떠벌린다. 세째, 화법(話法)도 다르다. 멘토는 자신의 실패사례를 소개한다. 꼰대는 “내가 왕년에는~”하면서 성공 신화만 말한다. 아무 생각없이 웃어 넘길 유머가 아니다. 꼰대에겐 비(非)합리·비호감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분칠된다. 멘토는 합리·호감 같은 긍정적인 메신저로 치환(置換)한다. 웃자고 만든 유머를 호사가들은 죽자고 악용한다. 꼰대는 ‘이 몸이 죽고 죽어’ 진토(塵土)된다. 멘토는 ‘어런들 어떠하리’ 영생(永生)한다. 꼰대가 구악(舊惡)이면, 멘토는 신악(新惡)이다. 꼰대의 충고는 거칠지만, 인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멘토의 조언은 화려하지만, 시류에 영합한다. 꼰대는 죽어도 고(GO)지만, 멘토는? 솔직히 모르겠다.

등식(等式)을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 이후 내 나라의 현재에 대입해보자. “비가 올 때 마다 옆집에서 우산을 빌려 쓸 수 없다” 집권 여당 넘버2(원유철 원내대표)는 국대(國代)급 꼰대로 몰렸다. “십만 병졸을 미리 양성해 위급할 때 방비를 삼아야 한다” 선조에게 간언(諫言)했던 율곡도 당시는 꼰대였다. “진짜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인냐” 야권의 넘버1(문재인 전 대표)은 멘토를 자청했다. “평시에 군사를 양성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만을 야기한다” 선조는 슈퍼갑(甲) 멘토였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꼰대들만 기억하는 역사다. 핵무장론은 내 것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꼰대들이 겪는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다. 반미(反美)를 숭배했던 진보 지식층은 이젠 용미(用美)를 말한다. 그들이 쓰려는 역사는 황묘백묘(黃猫白猫)다. 중국 것이든, 미국 것이든 빌리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멘토들의 한가로운 딜레마다. 내 나라 국민 52.5~66.7%(KBS·중앙일보)가 과연 꼰대라서 핵무장론에 찬성한 것일까? 지금 이 순간, 국가 안보에서 만큼은 나는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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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턴'의 한 장면.
4·13총선 공천 전쟁을 보자. 김무성 대표(이하 김무성)와 문재인 전 대표(문재인)는 멘토다. 대척(對蹠)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한구)과 김종인 대표(김종인)는 꼰대다. 김무성은 공천권을 내려놨다. “국민공천제는 절대 흔들 수 없는 최고의 가치다” 김무성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선당후사(先黨後死)의 기세는 바늘구멍 앞에 선 신인을 겨냥한다. 이한구는 공천권을 움켜쥐려 한다. “당 대표도 공천 안준 적이 있다” 이한구의 시그널은 분명하다. 선민후당(先民後黨)의 기개는 역대 최악이라는 현역만 골라 노린다. 문재인은 일보후퇴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끝은 혁신이어야 한다” 문재인의 수사는 화려하다. 초선 국회의원은 이 한 수로 60년 야당의 적통(嫡統)을 뿌리채 흔들었다. 수치상으론 현역 20% 물갈이도 거의 달성했다. 김종인은 제1야당을 단숨에 접수했다. “내가 보기에는 (탈당자를 제외하고) 남은 사람들에게 (하위 20% 물갈이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김종인의 언변은 투박하다. 백전노장은 이 노림수로 친노(親盧)를 봉인했다. 숫자 놀음이었던 현역 물갈이 흐름을 현재 진행형으로 바꿔놨다. 내 나라 국민 41.7%(MBC)는 현역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쪽에 서 있지만, 과연 선택권을 갖게 될까? 지금 이 순간, 나는 국회 심판론쪽에 서 있는 꼰대다.

누리과정 파동에 적용해보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재정)은 멘토다. 남경필 경기지사(남경필)는 꼰대다. 이재정은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듯 배수의 진을 쳤다. “보육대란만이 아니고 교육대란이 와 있는 겁니다. 교부금을 가지고는 도저히 학교 교육도 제대로 현상 유지를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거든요”(YTN) 이재정은 보육과 교육을 뒤섞어 버렸다. 채무가 7조 원인데도, 무상급식비는 전액 확보했다. 교부금이 지난해보다 4천800억 원이나 늘었지만, 누리과정(어린이집) 예산은 단 1원도 편성하지 않았다. 무상급식은 교육감,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몫이다. 보육대란 걱정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재정은 현란한다. 교육 공무원들은 현행 법을 어겼다.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법제처 공무원인 양 법률의 헛점만 파헤친다. 경기도의원은 엉뚱한 유치원 예산까지 ‘0원’으로 만들었다. 남경필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보육대란이 불붙게 되는데, 우리 집 물로 끌지 옆집 물로 끌지 따져야 하겠느냐. 불난 집주인 입장에서는 어떤 물이라도 불을 꺼야 한다” 남경필은 치열하다. 행정 공무원은 도민 세금 910억 원을 긴급 투입했다. 명백한 월권이다. 직권 남용이다. 경기도의원들은 장부(예산서)상에 적어놓지도 못하도록 공무원에게 위법 행위를 강요했다. 경기도는 전국 17개 시·도중 유일하게 직무를 유기(누리과정 세출 예산 미편성)하고 있다. 내 나라 국민 45%(갤럽)가 누리과정은 ‘중앙 정부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 과연 민심이 4월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남경필을 심판할까? 지금 이 순간, 누리과정 만큼은 나는 꼰대다. 그리고 진짜 꼰대가 그립다. /

한동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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