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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Le Petit Prince)’는 프랑스의 비행사이자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1943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43년에미국에서 처음 출판됐고, 그해 비시 프랑스 치하의 프랑스에서 비밀리에 출판되었다. 프랑스가 해방된 이후 1947년 가리마르사(社)가 작가가 직접 그린 아름다운 삽화를 넣어 프랑스에서 새로 출판했다. 이 소설은 현재 180여 개 언어로 번역됐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작가의 삽화가 실린 프랑스어판은 매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은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주인공이 어떤 별에서 우주여행을 온 어린 왕자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인간이 고독을 극복하는 과정을 어린 왕자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인간 사회에서 정신적인 연대감을 이루려는 자신의 이상을 꿈의 세계를 무대로 해 현실과 연결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환상적인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처럼 인류의 영원한 고전으로 통하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할아버지가 된 비행조종사(제프 브리지스)와 새롭게 창조한 소녀 캐릭터(매켄지 포이)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원작의 줄거리에 더해졌다. 소녀는 엄마(레이첼 맥애덤스)가 짜놓은 인생 계획표대로 생활하는 모범생이다. 소녀가 사는 마을은 가로수마저 직육면체로 재단된 삭막한 곳인데, 이곳에서 유일하게 생기를 지니고 있는 것은 옆집에 사는 늙은 비행조종사와 그의 오래된 집뿐이다. 마을의 말썽쟁이로 통하는 비행조종사는 소녀에게 친구가 되어주겠다며 다가온다. 그리고 소녀의 삭막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비행조종사는 소녀에게 자신이 오래전 사막에 추락했을 때 만난, 다른 행성에서 온 어린왕자의 존재에 대해 알려준다. 소녀는 비행조종사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어가면서 어린왕자가 살던 소행성 B612와 다른 세계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은 원작을 중심으로 원작과 맥이 닿아 있는 새로운 이야기가 그 곁을 둘러싸는 구조를 띤다. 새로 창조된 이야기는 3D 캐릭터와 CG 그래픽으로 표현하고, 원작의 이야기는 스톱모션으로 표현해 구분하고 있다. 비행조종사가 건네는 낱장의 기록들을 토대로 원작의 이야기가 펼쳐지므로 스톱모션에서는 아날로그적인 종이의 질감이 강조된다. 이는 원작에 대한 관객 개개인의 기억과 추억을 상기시키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여우, 장미, 뱀 등의 등장인물부터 해지는 사막, 메마르고 뾰족뾰족한 바위산의 풍경들까지, 소설 속 언어들이 절묘한 색감과 질감을 얻어 세심하게 형상화된다. 그 가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와 의미 등 원작 ‘어린왕자’의 핵심 주제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이기주의와 경쟁 등으로 갈수록 삭막해지는 오늘날에 소설 ‘어린왕자’의 감동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권하고 싶다.

박병두 시나리오작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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