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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노란 꽃잎이 지천으로 물들고 매화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봄이 오면 언제나 마음에 떠오르는 그림이 하나 있다.

김인승(金仁承 1911~2001)의 <춘조(春調)> 혹은 <봄의 가락>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일제시대 가장 큰 미술전이었던 조선미술전람회(약칭 선전)에 출품됐던 작품이니까 아마도 한자 제목이 먼저 붙여졌고 나중에 그것을 풀어 훨씬 더 정감어린 이름을 얻게 된 것 같다. 이 그림은 현재 한국은행 본관로비에 걸려있어 누구라도 보고자 한다면 실물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그린 김인승은 개성에서 태어났고 일찍부터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지녀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가장 유서 깊고 유명한 미술대학의 하나인 동경미술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고 기록되고 있다. 김인승은 이 작품을 1942년 제21회 선전에 추천위원으로서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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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가락. 1942년. 147x207cm. 캔버스에 유채.
이제 갓 30세를 넘긴 청년이었지만 이미 화가로서 확고한 명성을 얻은 작가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이 작품은 김인승의 대표작인 동시에 한국근대미술의 역사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아카데미 화풍 사실주의 회화로 남게 됐다.

이 작품은 원래부터 두 폭으로 그려졌다. 이 작품의 주제가 ‘음악’인 만큼 화가는 시각의 감각을 넘어서서 청각의 공간감을 실현시키기 위해 세로형의 캔버스 두 폭을 활용해 하나의 타원형 구성에 집어넣는 과감함을 보여주고 있다. 관람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오른편 첼로주자의 현 끝에서 바닥의 악보, 왼편의 처녀 군상, 오른편의 두 청년으로 흐른다.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봄의 생동감을 충만하게 실어 나르는 선율뿐이다. 젊음에 대한 그리고 미에 대한 찬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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