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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선거다. 늘 선거 때 만 되면 공천이 잘못됐다거나 유세기간이 짧었다거나 하는 백화점식 불평을 늘어놓는 정치인들도 이번 선거만큼 이상한 선거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 어떤 정당을 과반의석으로 만들어줘도 의미 없기는 마찬가지여서다. 사실 얼마 전만 해도 총선은 늘 대통령과 해당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거리가 멀다. 아마도 이런 얘기들의 이면에는 모두가 처해진 현실과 멀지 않다. 수저타령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저주하며 정부에 욕을 해 대거나 통큰(?)지자체장들이 나눠주는 용돈에 목을 매는 청년들은 그렇다 치자. 수년마다 이리저리 치여 사는 서민 역시 집값보다 비싼 전세나 번돈 꼭꼭 집주인에게 바쳐야 하는 월세전환에 허리가 휜지 오래다. 그럼에도 야당이 매일 확성기를 통해 떠들어 대는 경제실패론에는 통 관심이 없다.

왜 이렇게 무관심하고 무책임하게 정치는 비켜서 있을까. 내일 투표로 선량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기히 엄청난 세비와 임기내내 옆에 서 있을 보좌진등의 화려함을 상상하고 있겠다. 그리고 적당한 폼생폼사도 가능하다는 것을 내심 알고 있다. 제주도 한번, 아니 동남아여행 한번 가려면 일일이 여행사 통해 여권 만들고 일정 짜고 공항의 그 북새통에 시달릴 일도 이제는 없게 된다. 간단없이 공항 귀빈석을 이용한다고 통보하면 그 뿐이다. 어디 이뿐인가. 상상도 못할 특전이 금뱃지를 단 순간에 안겨진다. 까짓것 한 달 고생하고 이런 영화를 누리겠다는데 못할 것도 없겠다. 물론 공천과정의 순탄치 못한 그리고 비굴해 본 쓰라린 경험들이 스쳐가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니...

그러다보니 이번 총선에서도 유권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철저히 거수기 역할만 하게 됐다. 지난해 가을, 동탄2도시로 이사한 강 교수의 입장도 이와 유사하다. 이사당시만 해도 광교신도시의 입장은 평당가격이 어려워 이른바 가성비 좋은 동탄2도시 결정이었다. 지금 이 황무지 같은 동네 역시 듣도보도 못한 정치신인들의 목소리에 파묻혀있다. 그들 역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여기까지 왔겠지만 쳐다보지도 않는 주민들의 무표정에서 여러 가지를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투표는 해야 하는데 왜 해야 하는지 모를 이상한 선거가 되면서다.

더 희한한 일은 이번 4·13 총선에서 ‘연령대별 적극 투표층’을 분석한 결과다. 과거와는 영 딴판으로 이어지면서다. 30대가 가장 높고 60대 이상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테 이는 여권의 공천 파동에 실망감을 느낀 장년·노년층의 투표 의지가 꺾이면서 생긴 일이란다. 일이 이렇다면 여당이 난리다. 보수층의 이탈 우려다. 며칠 전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유권자 2,536명을 대상으로 ‘적극 투표 의향층’을 조사한 결과다. 예전과 달리 30대가 72.3%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고 40대(70.3%), 50대(59.0%), 60대 이상(54.7%) 등의 역순이었다. 나는 이즈음에서 이번 선거의 후유증부터 염려하고 있다.

보수층의 결집력이 약해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여당에 실망감을 느끼고 이탈 조짐을 보이는 50~60대 유권자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얘기는 내일 선거에 분명 영향력이 될 듯하다. 막장 공천이라는 비난을 사가며 선거 무대에 나설 선수를 다 뽑아 놓은 새누리당이 황당해 할 얘기다. 문제는 낮은 투표율을 보인 세대의 이익은 과소 대표되고 투표율이 높은 세대의 목소리가 높게 반영되는데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60을 넘어섰다. 이들에게 지금 급한 일은 먹고 사는 일이다. 청춘도 그러하지만 이들 역시 호구지책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참여해서 싸워야 한다.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익히 배워온 베이비부머 세대다. 그 옛날 플라톤도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라고 했지 않은가.

문기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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