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촬영하며 1∼2초 만져…"추행 본질에는 신체부위 따라 차이 없다"

 잠든 낯선 여성의 발가락을 몰래 만진 행동도 성추행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카페 테이블에 엎드려 잠든 여성의 다리를 촬영하면서 발가락을 몰래 만진 혐의(강제추행) 등으로 기소된 김모(28)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여자화장실에 숨어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새벽 인천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한 여성이 깊이 잠든 모습을 보고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발가락을 만진 혐의 등으로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카메라로 여성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등 다른 혐의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강제추행 혐의에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접촉한 부위가 발가락인 만큼 성적 수치심과 관계가 없고, 만진 시간도 1~2초에 불과해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1심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가 한손으로는 여성의 다리를 촬영하면서 다른 손으로 발가락을 만졌고, 친분이 없는 낯선 여성을 대상으로 했던 점이 중요한 근거가 됐다.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가게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나쁜 마음을 먹고 피해자를 만지려고 들어갔다"고 진술한 점도 추행의 고의를 보여주는 유죄 근거로 인정됐다.

 1심 재판부는 "추행에서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생면부지인 여성의 다리를 촬영하며 발가락을 만지는 행동은 일반적인 사람으로하여금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키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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