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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계절이 깊어가는 여름날, 야구장에서 즐기는 시원한 한 잔의 맥주만큼 매력적인 것도 드물다.

 '맥주는 야구를 부르고, 야구는 맥주를 부른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타구의 굉음과 관중의 함성, 바람에 실려 오는 짙은 잔디 내음과 함께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는 차가운 맥주 한 잔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치맥(치킨+맥주)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는 야구가 곧 치맥이요, 치맥이 곧 야구가 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이 되면 생맥주 이동판매원, 일명 '맥주보이', '맥돌이'는 잠시도 서 있을 틈이 없다.

 이들 덕분에 관중들은 승부처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도 "여기요"라는 한 마디로 이들이 권총처럼 생긴 호스로 쏴주는, 거품이 살아 있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야구장의 명물인 '맥주보이'를 볼 수 없다.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상 식약처)가 관련 법률을 검토한 끝에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규제키로 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최근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KBO도 '맥주보이'가 활동하는 잠실, 수원, 대구, 부산 등을 연고지로 하는 구단에 이러한 방침을 전했다.

 국세청과 식약처는 '맥주보이'가 주류를 허가된 장소에서만 팔아야 하는 주세법을 위반한다고 본다. 현행 주세법에서는 유흥음식업자나 소규모 맥주제조업자(수제맥주집) 등은 '영업장 내에서 마시는 고객'에게만 술을 팔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하나의 논리는 청소년 보호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장 큰 것은 청소년 보호 문제"라며 "주류를 판매할 때는 청소년의 나이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동식 판매원의 경우 나이 확인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소년에게 음주 노출이 되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청소년의 주류 접근권을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부 관중의 편익 측면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겠으나 청소년 보호를 가장 우선시해서 이러한 방침을 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단에서는 반발할 이유가 없다. 맥주 판매량이 늘거나 줄거나 상관없이 매점 임대료만 챙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중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우리보다 훨씬 오랜 야구 역사를자랑하는 미국, 일본에서는 '맥주보이'가 엄연히 야구 문화의 일부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이라고 해서 청소년의 음주에 관대할 리는 없다.

 KBO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야구장에서 맥주와 함께 핫도그를, 일본에서도 맥주와 도시락의 이동식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식약처와계속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4회째를 맞는) 대구 '치맥축제'에서는 천막을 세워놓고 그곳에서 맥주를 팔고 있다"며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와 합의해 야구장 전체를 특례 지구로 지정해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허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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