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3대(代)를 못 간다'는 옛말이 있다. 대를 이어 재산을 유지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피렌체 부자는 다른 모양이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소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피렌체 지역 고소득층 상당수가 600년간, 약 25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중앙은행 소속 경제학자인 굴리엘모 바로네와 사우로 모체티는 1427년과 2011년의 피렌체 납세기록을 비교한 결과 각 가구(가문)의 소득계층이 600년에 걸쳐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1400년대 피렌체의 주요 납세자 명단에 포함된 성씨 중 900개가 2011년 피렌체의 납세자 명단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인원으로는 약 5만2천명이다.

이탈리아 성(姓)은 지역성이 강하기 때문에 성이 같다면 선조와 후손 관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또 현재 피렌체 소득 최상위층 가구 일부는 6세기 전 제화장인 길드(동업자 조합) 조합원들의 후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장인들은 600년 전 납세기록에서 상위 3% 이내 부유층이었다.

1427년 피렌체에서 소득 상위 7%에 속한 실크장인과 변호사 후손들은 2011년에도 최상류층에 남아 있었다.

이탈리아 사치품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창업주 살바토레 페라가모도 피렌체에서 구두를 만들었다.

'부의 대물림'이 특이한 현상은 아니지만 피렌체의 경우 정치적 격변 가운데도 사회경제적 계층이 유난히 오래 유지된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르네상스 이후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 지배, 공화정, 메디치 가문 복귀, 로마제국 지배, 나폴레옹 점령, 이탈리아 왕국 편입, 무솔리니 지배, 나치 점령 등 잦은 변화를 겪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부의 대물림이 계속되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며,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됐는지에 관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모체티는 "최상류층은 부의 대물림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면서 "최상류층에게는 계층 사다리에서 추락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유리 바닥'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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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린 피렌체 전경.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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