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노년 가정의 위기는 무엇보다 준비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퇴직 이후 부부가 함께 할 시간이 두 배 이상 길어졌다. 부부 갈등이 생길 요인이나 시간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신체적으로는 건강한 데 경제적 능력은 부족하고 달라진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떨어져 서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수십 년을 바깥 일에만 몰두했던 남성들은 퇴직 이후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가족들에게 받는 대접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낄 경우 상당한 충격과 실망감, 우울감에 빠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회적 자존감을 잃었다’고 말한다. 당사자에게 퇴직은 인생의 큰 고비다. 이를 받아들이고 적응하기도 어려운데 가족들에게 그 감정을 이해받기는커녕 무시 받는 자신을 볼 때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혼자 사는 것이 낫다는 극단적인 생각이 황혼 이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가부장적 가족문화가 만들어낸 한 단편이다.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로 이분화 된 전통 사회의 관념 속에 생활하다 은퇴 후 가정 내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부부의 성 역할을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는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집안일이나 자녀양육, 가정경제에 이르기까지 모두 공동 책임이다. 하지만 노년 세대의 정서는 여전히 전통사회에 속해 있어서 가정과 일의 양립에 갈등을 겪는 것이다. 황혼 이혼 등 노년 가정의 해체는 단순히 이례적인 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은퇴 이후의 삶과 부부 갈등을 해소하고 부부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 상담 등 부부교육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