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경기도교육청, 234억 여유 있어...누리예산 편성 의무"
道교육청 "정부 입장만 대변...교육포기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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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완전히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 11곳 가운데 경기도를 포함한 9곳은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다는 감사원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24일 발표한 ‘누리과정 예산편성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서울, 경남, 충북교육청 등 9곳은 추가 세입과 과다편성 예산 조정 등으로 부족한 누리과정 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에는 5천693억 원의 재정적 여유가 있어 누리과정 예산(5천459억 원)을 모두 편성하고도 234억 원이 남는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은 539억 원의 재정적 여유가 있지만 누리과정 예산 전액 편성에는 다소 부족했다.

▶누리과정 시행령 유효, 우선 편성 법적의무 있어 = 감사원은 법률자문을 통해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도록 규정한 시행령 등에 대해 “권한 있는 기관이 명백하게 위헌·위법이라고 결정하지 않은 이상 유효한 것”이라면서 현시점에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법률자문은 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1~3위인 법무법인 3곳, 한국공법학회가 추천한 교수 3명, 정부법무공단 등 7곳이다.

7곳 중 5곳은 명백하게 위헌·위법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한 반면 2곳은 위헌·위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해했다.

구체적으로 시행령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에게 누리과정비를 지원하도록 규정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을 지원하도록 규정한 것이 상위 법률 위반인지에 대해서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유아교육법, 영유아보육법, 지방재정법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편성 의무에 대해서는 “시행령이 헌법 또는 상위 법률에 위반된다는 결정이 없으며, 상위 법률에 합치된다는 해석도 가능해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시행령이 모법(母法)에 저촉되는지 여부가 명확치 않지만 모법에 합치된다는 해석도 가능한 경우에는 무효로 선언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의 과거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경기도교육청 5천693억 원 여유 = 감사원은 경기, 서울 등 9곳 시·도교육청은 ‘재정적 여유’가 있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천과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전액 편성하기에는 재원이 일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체 재원이나 정부 지원을 비롯한 추가 세입, 인건비나 시설비로 과다편성된 예산 등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으로 봤다.

지자체가 교육청에 줘야 하는 학교용지매입비와 지방세 정산분 등도 일부 포함됐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추가세입 5천823억 원과 과다편성된 예산 375억 원에 의무지출경비 505억 원을 제외하고도 5천693억 원의 여유 재원이 있다고 분석됐다.

경기지역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5천459억 원)을 전액 편성하고도 234억 원이 남는다.

인천시교육청은 추가세입(388억 원)과 과다편성 예산(168억 원)에 의무지출경비(17억 원)을 빼면 539억 원의 재정여력이 있으나 누리과정 예산 전액(1천256억 원) 편성은 불가능했다.

다만 인천광역시로부터 전입받지 못한 지방세 정산분, 학교용지매입비 907억 원이 남아 있어 일부가 올해 전입될 경우 활용가능한 재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교육청·정치권 반발 =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표된 직후 ‘기존 정부입장이 가진 법·논리적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조대현 도교육청 대변인은 “감사원이 밝힌 시·도교육청의 재정여건은 기존 정부에서 주장하던 내용과 다른 것이 하나 없다”면서 “유·초·중등 교육예산에 대한 무책임으로 자체 검토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의 협의를 거쳐 공식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감사결과 통보는 유치원 및 초중등교육에 대한 무책임이며 ‘교육포기 강요’나 다름없다”며 “감사결과는 사실과 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편성해도 법률적으로 위배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감사원의 법률적 해석에 대해서도 “국회 입법조사처는 감사원의 입장과 반대되는 전문가 검토의견을 밝힌 바 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도 명백히 반대되는 의견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서도 ‘정치감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을 동원한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라며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편성하는 것이 명명백백한데 자신들의 의무에 대해서는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교육청 살림살이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민망하다”고 밝혔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오로지 청와대와 교육부의 입장만 반영한 ‘청와대 코드 감사’, ‘청와대 심기 감사’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부족한 누리과정 예산은 대통령 공약에 따라 국고로 지원돼야 한다. 이를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실도 이날 성명을 내고 “감사 착수 당시부터 ‘정치 감사’ 논란이 들끓었던 지방교육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우려했던 대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이복진·신병근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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