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수갑 등 장비 10개 넘어...모두 장착땐 무게 2.7kg 초과
외근 경찰들 기동성 저하 우려...인터넷 커뮤니티서 반발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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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로보트가 아닙니다. 손이 두개인 사람 입니다. ”

경찰청이 지구대, 파출소 경찰들을 대상으로 권총, 테이저건, 최루액분사기, 3단봉 등 4개 장비를 개인별로 모두 착용하는 안을 검토, 관련 지침을 하달할 예정인 가운데 경기도내 일선 경찰들이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청은 출동시 2인 1조로 권총과 테이저건을 나눠 소지하던 현재 방식에서 공권력 강화 등을 위해 개인이 4개 장비를 모두 착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9월 중 시범운영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경기지역 상당수 경찰들은 ‘현실을 반영치 않은 방침’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 경찰은 4개 장비 뿐 아니라 무전기, 수갑, 차키, 장갑, 수첩, 조회기, 휴대폰, 조끼 등도 함께 소지해야 하는 것을 감안할 때 경찰 한명이 감당해야 할 장비가 10개를 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각종 장비 착용으로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허리와 목 등에 부담이 간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수원의 한 파출소 A팀장은 “현재 착용하는 장비도 굉장히 무겁다. 기존 장비에 4가지 모두 착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테이저건은 서양인의 체격에 맞춰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불편한 장비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른 지구대의 B순경은 “외근 경찰의 경우, 범인을 쫓기 위해 뜀박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비가 추가될수록 당연히 기동성은 반비례한다. 무기사용이 쉽지 않은데, 종류를 늘린다고 실효성 있게 사용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권총(2인치) 383g, 테이저건 300g, 최루액 분사기 200g, 3단봉 300g, 무전기 280g, 수갑 173g 등 차키, 장갑, 조회기, 휴대폰, 조끼 등을 제외한 장비들의 무게만 따져도 2.7㎏(피복 포함)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경찰 허리 작살내는 정책이 등장했다’는 글까지 게시된 상황으로, 이 글은 조회수가 8천 여 건에 달한다.

이글에 대해 ‘기안자는 한달만 장비 다 갖추고 지구대서 근무한다면 경량화가 우선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까’, ‘(권총 등 4개 장비에) 무전기, 수갑, 차키, 장갑, 수첩, 조회기, 개인폰도 함께 챙기게 하고 잃어버리면 사유서’, ‘장비만 주렁주렁 차면 뭐합니까. 현장에서 적절히 사용이나 가능합니까”라는 내용의 댓글들이 등록됐다.

정덕진 경찰청 지역경찰운영계장은 “착용 장비를 늘리면 외근 경찰의 안전문제는 물론이고 장비선택의 폭을 넓혀 과잉진압 논란을 줄일 수 있다. 9월 중으로 시범운영을 거쳐 면밀히 검토한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봉기자/bong@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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