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원으로 시작해 2001년 STX그룹 창업 오너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좌초…재기 노렸으나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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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
STX조선해양이 이달말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 유력시되면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월급쟁이 성공신화도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검찰 수사를 받다가 2014년 영어의 몸이 된 시점에 강 전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는 벌써 끝나버린 상황이었다. 나아가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진입한 뒤 청산된다면 아예 잊힌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 채권단은 25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진행 중이던 STX조선에 대해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실상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38개월 동안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왔으나 전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회생의 실마리를 찾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STX조선이 법정관리로 전환되면 2014년 구속 직전까지 그룹 재건의 의지를 내비치며 동분서주했던 강 전 회장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게 돼버리는것이다.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강 전 회장은 2001년 자신이 CFO
(최고재무책임자)로 있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매물로 나오자 사재 20억원을 털고 펀드를 끌어들여 STX그룹을 일으킨 것이다.
 
그는 이어 범양상선(STX팬오션)과 산단에너지(STX에너지), 대동조선(STX조선해양)을 잇따라 사들이며 M&A를 통해 급속히 외형을 키웠고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STX를 재계 서열 13위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그룹 출범 첫해인 2001년 5천억원에도 못미쳤던 매출은 2012년 18조원 이상으로불어났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M&A의 귀재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강 전 회장의 성공신화가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해운업이 위축되고 조선업까지 여파가 밀려오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STX그룹은 STX팬오션에 이어 STX조선해양까지 자율협약을 신청하며 무너졌고, 강 전 회장은 2013년 7월 그룹을 떠났다. 
 
이후 그는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해보려고 사재를 털고 금융기관을 찾아다니는 등 물밑에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모든 지분과 경영권을 잃은 강 전 회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횡령·배임 등 기업범죄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구속수감돼 밑바닥으로 추락했다.

 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2천841억원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하고 2조3천억원대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2014년 5월 구속기소됐고, 그해 10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있었던 항소심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무죄로 인정돼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당시 강 전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공중분해된 STX그룹의 재건을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해 여운을 남겼으나 이후 실제 행동으로 옮긴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임·횡령 혐의로 수감됐었고 4조5천억원을 들여도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회사를 망가트렸는데 본인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었겠나"라며 "석방 이후 채권단과 접촉해 회사 회생을 논한 일이 전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도 "회사에 오지도 않고 근황을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뭘 했겠나"라고 말했다.
 
결국 STX조선의 법정관리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그가 썼던 한때의 성공신화는 '실패한 경영인'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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