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교묘하고 은밀해진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 지급 수법

연합
2년 된 휴대전화를 교체하려고 최신기종을 알아보던 A씨.

A씨는 90만원대의 만만치 않은 최신 단말기 가격 때문에 망설이던 중 친구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친구가 소개하는 휴대전화 대리점 점주 B씨와 이야기하면 불법 보조금을 33만원 가량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는 자신도 공장출고가 83만6천원인 LG전자 최신 휴대전화기 G5를 25만원 가량의 공시지원금에 불법보조금까지 받아 26만원에 샀다고 자랑했다.

"갤럭시 S7엣지 화이트 있나요. 치맥"

친구에게 번호를 건네 받은 A씨는 대리점주 B씨에게 구매를 문의하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문장 끝에는 친구가 알려준 암호 '치맥'을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암호가 바뀌기 때문에 구매를 서두르라는 친구 말도 명심했다.

바뀌는 암호는 B씨가 소수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에 공지된다고 한다. 이 밴드에 가입하려면 직장명함과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사흘 뒤 B씨로부터 답장이 왔다.

B씨는 A씨의 직업과 주소, 생년월일을 물은 뒤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라"고 말했다.

그렇게 몇시간이 지난 뒤 B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B씨는 "(갤럭시 S7엣지·32G 기준) 공장출고가가 92만4천원에서 매일 20만∼29만원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공시지원금을 빼고, 대리점에서 기기를 변경하는 특별 고객에게 주는 구매지원비용(불법보조금) 33만5천원을 제하면 30만원대에 기기를 살수 있다"고 안내했다.

A씨는 이날 공시지원금(23만원)을 기준으로 통신사를 변경해 총액 36만원에 기기를 구매하겠다고 의사를 밝히자 B씨는 "집으로 물건을 보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은밀한 접선' 며칠 뒤. A씨는 택배로 휴대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택배 상자 내에는 "대리점을 신고해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금액의 2배를 청구하겠다"는 취지의 조항을 담은 계약확인서도 들어 있었다.

2014년 10월 불법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1년7개월이 지났지만 불법 보조금은 은밀한 방식으로 여전히 지급되고 있다.

통신사들이 대리점에 통신사 변경을 유도하도록 '리베이트'를 주면 대리점은 이 리베이트 일부로 고객에게 불법보조금을 주는 식이다.

검찰이 지난달 리베이트 지급 혐의로 통신 3사 임원을 기소하고, 관계 당국이 대리점에 대한 불법보조금 지급을 단속하고 있지만 이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조금만 '손품'을 팔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인터넷 게시물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글들은 '갤럭키(갤럭시S7), 새로운사과(아이폰6S), 현아(현금 완납)'등 은어로 보조금 조건을 알리고 대리점으로 손님의 방문을 유도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을 보고 손님들이 대리점을 찾으면 오피스텔로 손님을 데려가 영업을 하거나, 고객과 제3의 장소에서 1:1로 다시 만나는 등 당국이 적발하려 해도 증거수집이 어렵게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대리점이 왜 거치나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특정 대리점만 손님이 북적대는걸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발에 애를 먹는 데는 고객들의 적극적인 고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한몫한다.

한 불법보조금 관련 커뮤니티 가입자는 "기존의 판매업자가 단속되면 다른 판매자를 또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고, 다른 업자를 찾기더라도 또 그들 내부의 규칙을 터득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기존의 업자를 신고하기 보다는 감싸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불법보조금 지급 등 휴대전화 거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신고를 하면 1인당 연 1회에 한해 1천만 원의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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