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가 김영란법을 개정해 사회적 약자인 영세 사업자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식료품소매업과 음식점업 등 일부 소상공인 업종의 매출이 연간 2조6천억 원 줄어든다. 소상공인들은 현재 2천61만원인 월평균 매출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2천30만 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달 평균 31만 원, 한해 평균 372만 원을 덜 벌게 된다. 하루 평균 고객 수도 30.4명에서 29.9명으로 0.5명 줄어든다. 김영란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의 소상공인 업체 수가 68만7천800개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업체의 매출은 연 2조5천600억 원, 고객은 연 1억2천600만명이 줄어든다.

한우업계도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식’의 법 시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과일·굴비·화훼 등 업계와 연계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전국 농업협동조합장들 역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했다. 조합장들은 건의문에서 “과일의 경우 전체의 50% 이상, 인삼은 70% 이상, 한우는 98% 이상이 5만 원 이상의 선물세트로 판매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김영란법 시행은 명절 농축산물 판매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그대로 시행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못지않게 우리 농축산업에 큰 충격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법 시행을 위한 대부분의 절차는 마무리됐다. 대한변협 등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해 이제 마지막 변수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현재 쟁점은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등이다. 헌재는 9월28일 법 시행일 전에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하지만 헌재가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해도 김영란법 전체가 위헌이라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해당 조항만 빠질 뿐 법 시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당초 김영란법은 ‘벤츠 여검사’처럼 대가성이 없더라도 거액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를 처벌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김영란법’에서는 금품수수가 없더라도 인허가·면허 처리, 채용·승진의 인사 개입 등 15가지 부정청탁 유형에 해당하면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와 시민단체의 경우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것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뒀다. 즉 국회의원이 사적인 민원을 제기해도 공익적인 목적으로 포장을 하면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실상 대상에서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원이 국민들의 혈세로 받는 세비는 연간 1억3천796만1천920원이다. 여기에 각종 의정활동 경비와 보좌진 인건비 등을 합치면 의원 1명당 연간 지급액이 최소 6억7천600여만 원이다.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민 대다수는 최근 입법 예고된 김영란법 시행령에 국회의원 예외조항 규정을 두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 예고’와 관련해 조사한 결과, 국민의 68%가 ‘국회의원에게 예외 조항을 둬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반면 19%는 ‘지역 주민의 고충이나 민원 처리는 국회의원의 고유 업무이므로 허용돼야 한다’, 13%는 의견을 유보해 다수가 국회의원 예외 조항에 반대했다.

1980년대에 국회의원과 관련된 개그가 있었다. 일본을 가장 빨리 망하게 하는 방법은? 정답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전원 일본에 수출한다'였다. 30여년이 지났으나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달라진게 없다고 느끼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다.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기록을 세웠다. 한마디로 ‘일하지 않는 국회·갑질하는 국회’였다. 법안처리율 43.2%로 역대최저, 테러방지법 반대 위한 필리버스터 192시간 25분(야당의원 38명) 역대 최대, 책 ‘카드깡 강매’, ‘보좌관 급여편취’, ‘친인척 보좌진 특혜채용’, ‘로스쿨 압력행사’로 오점을 남겼다. 또한 국회 후반기 151일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입법 제로(0)’, 국정감사 피감기관과 증인 수는 역대 최다인 779곳과 3천482명에 달했지만 증인 1인당 평균 답변시간은 16분에 불과해 ‘졸속 감사’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아울러 국회의원 징계안 39건 중 단 한 건도 의결하지 않아 ‘제 식구 챙기기’ 등으로 국민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준엄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가 됐다. 20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기득권을 내려놓는 국회’가 됐으면 하는 게 국민들의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영란법에 국회의원들도 포함시키는 문제부터 고민해야 한다.

표명구 경제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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